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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개월에도 눈 초점 안 맞으면 진찰받아야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눈에 문제가 있는 어린 환자들을 보면서 보호자에게 하게 되는 말이다. 아기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난다. 보이는 것이 그대로 세상이다. 잘 보이면 잘 보이는 대로 잘 지내고, 잘 안 보이거나 이상하게 보이면 그냥 그 상태로 적응해서 지낸다. 백지처럼 하얀 상태로 태어나 주어지는 자극에 따라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 가는 것이 어린이의 뇌 발달이다. 태어나서 한참 그림을 그려 가는 시기에 두 눈을 통한 적절한 시각 자극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뇌에서 잘못된 그림이 그려지고, 그대로 완성되어 버리면 더 이상 고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한쪽 눈에 심한 원시가 있어 그 눈으로 제대로 된 자극이 들어오지 않거나, 사시 때문에 두 눈에 서로 다른 상이 맺히게 되면 아이는 그대로 한쪽 눈만 사용하고 두 눈을 쓰는 기능은 영영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원시는 눈에 들어간 빛이 망막보다 뒤쪽에 초점을 맺어 가까이 있는 물체를 잘 볼 수 없는 것을, 사시는 두 눈이 똑바로 정렬되어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시기별 시기능 발달

출생 후 시기별로 시기능(視機能) 발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고 그에 맞춰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태어난 아이들의 시력은 눈앞의 큰 물체를 알아보고 움직임을 감지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후 3개월까지 급격히 발달해 시력 0.3에서 0.4 수준으로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물체가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두 눈을 똑바로 맞추며 조화롭게 움직이는 기능도 빠르게 발달한다. 입체감, 두 눈으로 한 물체를 보는 능력, 가까운 곳을 볼 때 초점을 맞추는 조절 기능들도 이때 대부분 발달한다. 이와 같은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두 눈에 똑같이 선명한 상이 맺히는 것을 방해하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

이후 2세까지 성인의 90% 정도까지 눈의 크기가 커지고, 속도는 조금 줄어들지만 시력과 시기능 발달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다양한 시기능이 조금씩 더 정교해진다.

이후에는 시력과 시기능, 눈 모양이 거의 자리를 잡지만 아직 상황에 따라 약간의 적응과 변화가 가능한 시기를 몇 년 거친 후 6~10세쯤 시력을 포함한 시기능이 완성된다. 대뇌의 중추와 근육의 기본적인 힘이 완전히 자리 잡게 돼 이후에는 다치거나 병이 생기지 않는 한 더 이상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고 유지된다.

◇눈 관리법: 0~6개월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시기능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므로 눈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문제가 있는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이후에는 치료가 쉽지 않다. 출생 때부터 가지고 있는 이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출생 초반에는 눈에 불빛을 비추거나 눈에 조명이 비치는 모습을 관찰해 눈 크기나 색깔, 양쪽 동공의 모양이나 크기, 색깔이 같은지 확인해 봐야 한다. 선천적인 눈 이상은 각막에 이상이 있거나, 동공을 통해 비치는 눈 안쪽의 색깔이 다른 것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이 몰리거나 밖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발견되는 수도 있지만 출생 초기 한두 달 동안 잠깐씩만 나타나다가 사라진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3개월이 되면 아이가 눈을 맞추고 관심 있는 물체를 따라 보기 시작한다. 이때까지 눈이 몰려 보이거나 밖으로 돌아가는 등 초점이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안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백일이 되기 전이라도 가끔씩 아이의 눈을 번갈아가며 한쪽씩 가려서 두 눈 모두 각각 잘 보는지 확인하는 것도 아이의 눈 상태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한쪽 눈이 안 보이더라도 다른 한 눈만 괜찮으면 그대로 적응해서 지내므로 어른들에게는 멀쩡해 보일 수도 있다. 한 눈을 가리면 괜찮은데 다른 눈을 가리면 짜증을 내거나 싫어한다면 한쪽 눈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동양 아이들은 눈 사이 거리가 멀고 콧대가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사시가 없는 아이라도 어렸을 때에는 검은자위 안쪽 흰자위가 잘 안 보여 내사시(코 쪽으로 치우친 사시)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픽] 근시 / 원시 / 난시 기고자 : 김성준 서울대 어린이병원 안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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