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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신작 '원청' 펴낸 중국 작가 위화 인터뷰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62)를 사로잡은 건 '함박눈'이었다. 그가 13일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15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광화문을 찾았을 때도 눈이 쏟아졌다. 23년 동안 7번 넘게 방한했지만, 눈을 본 건 이번이 처음. 최근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이 완화되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광경이다. 출국 6일 전까지도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과연 한국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을 거듭했다. 위화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방문한 타국이다. (…) 지난 3년은 중국인들의 삶을 비정상적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성장기에 중국 문화혁명의 상흔을 겪은 세대로서, 중국 사회의 병폐를 비판해 온 위화가 장편 '원청(文城)'의 국내 출간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인생' '형제' 그리고 국내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허삼관 매혈기'의 작가.

이번 소설은 눈보라 속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인물들을 그린다. 1900년대 초반, 청나라가 저물고 중화민국이 등장하는 격변기의 중국이 배경. 주인공 린샹푸는 딸을 낳은 뒤 사라진 아내 샤오메이의 고향 '원청'을 향해 떠난다. 추운 겨울 젖동냥으로 딸을 키우며 여정을 계속하지만, 사실 아내가 자신의 고향이라고 말한 '원청'은 없는 도시다. 린샹푸가 마주하는 약탈, 살인 같은 당대 현실은 냉혹하다. 그럼에도 '원청'이라는 가슴 속 유토피아가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8년 만의 신작이다.

"나는 부지런한 작가가 아니다. 다른 중국 작가들은 '젊고 건강할 때 작품을 많이 쓰라'고 말하지만, 나는 '나이 들면 못 노니, 젊을 때 놀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로 문화혁명기 이후 중국을 다룬 전작들과 달리, 100여 년 전이 배경이다.

"20세기 중국을 모두 소설로 다뤄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걸 글로 많이 쓰게 되더라. 연민과 동정을 지닌 인간의 선량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책에서 "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고 했다. 작가에겐 어떤 일들이 그러한가.

"인생에서 아름다운 것은 지나쳐버리기 쉽다. '원청'에서 린샹푸와 아내의 사랑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다. 어딘가에는 있지만 내가 찾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아름답다. 이런 인생의 '알 수 없음'에 대해 쓴 것이다."

―100년 전 중국의 얘기를 한국 독자들이 왜 읽어야 할까.

"한국 독자들이 책을 읽고 20세기 초의 한국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 왜냐면 그 시절에 중국과 한국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또, 독자들은 굉장히 많은 것이 변하지 않았고 그때 일어난 일들이 지금도 일어난다는 걸 발견하게 될 거다. 그때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일들이 일어난다고 보일 수 있지만, 폭력·우정 등 인간 사회의 본질은 여전히 같다."

―시진핑의 연임, 백지 시위 등 중국이 격변기에 있는 듯하다. 이를 작품으로 다루고 싶은 생각은 없나.

"시진핑 주석의 연임은 중국에서 큰 뉴스가 아니다. 과거 덩샤오핑이 그랬듯, 그도 모든 직무를 내려놓은 뒤 중국을 계속 통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 3년이라는 기간이 이후의 중국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이다. 문학은 사후적인 것이기 때문에, 최소 5~6년은 지나야 그 영향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내부에서 본 코로나의 영향은 어땠나.

"백지 시위가 대학에서 시작됐듯, 중국에서 특히 젊은 사람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얼마 전까지 내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려면 지도교수가 승인을 해줘야만 했다. 교수들이 사인을 해주는 기준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불만을 가지는 측면이 있었다."

―위화에게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으로 인해 내 인생이 더 넓어졌다. 인간으로서의 내 인생과 현실은 좁지만, 문학은 또 다른 세계를 서술하기 때문이다. 내 작품들에는 과거부터 중국인이 중시하는 미덕의 주인공들이 등장해 왔다. 이번 작품에선 '린샹푸'라는 인물이 그렇다. 지금 알려진 중국인의 물질만능주의적 모습보다는, 그와 같이 주변을 돌보는 심성이 중국인들의 본모습이다."

내년쯤 예정된 위화의 차기작은 다시 문화혁명기로 돌아간다. 20년 넘게 구상한 자신의 꿈, 1900년대 초반 중국을 글로 써냈기 때문이리라.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고 그가 썼듯, 눈보라 속에서 다시 한번 '원청'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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