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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8㎝ 눈, 오늘 빙판 출근길

"점심때 식당에서 한 시간쯤 밥을 먹고 나왔는데 시내가 온통 하얀 눈밭으로 변해 깜짝 놀랐어요."

15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일하는 직장인 강모(29)씨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정오쯤부터 함박눈이 펑펑 내리면서 삽시간에 이 일대에 눈이 소복이 쌓였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직후 주요 건물 앞 등 곳곳에서 관리인이나 공무원들이 제설제를 뿌리거나 눈삽으로 보행로를 만드는 등 갑작스럽게 쏟아진 눈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충청 일대 등 중부 지방에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큰 눈이 내렸다.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시민들이 활동을 많이 하는 낮 시간에 눈이 집중적으로 내리며 불편이 컸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이날 오후 1시쯤부터 함박눈이 본격적으로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오후 6시 기준 24시간 적설량이 서울 4.7㎝, 경기 화성 8.3㎝, 강원 화천 7.3㎝ 등으로 나타났다.

눈 예보에 대기하고 있던 서울시 제설 차량 등이 이날 낮 주요 차로에서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단시간에 눈이 집중되면서 주요 도로에서 차량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TOPIS)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시내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14㎞ 전후에 그쳤다.

좁은 골목이 많아 제설 차량 진입이 어렵거나 지대가 높은 지역의 경우 오후 내내 제때 제설이 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았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경우, 곳곳에 염화칼슘이 뿌려진 것과 달리, 경사가 30~40도 안팎 되는 언덕길 계단은 눈이 여전히 쌓여 길이 미끄러웠다. 주민 김모(72)씨는 "12월 중순부터 벌써 이렇게 춥고 눈도 많이 오니 올겨울을 어떻게 버틸지 너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일부 중·고등학교에서는 온종일 이어진 폭설로 귀갓길이 막힐 것을 고려해 6교시까지만 단축 수업을 했다. 일부 기업도 조기 퇴근을 하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배달 주문을 받지 않거나 문을 일찍 닫는 자영업자도 여럿 있었다. 온라인에는 이날 낮 "학원 차량이 다니질 못한다고 해 급히 아이를 데리러 간다"거나 "폭설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돼 발이 묶였다"는 등 갑작스레 쏟아진 눈에 놀랐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파로 곳곳에 동파 사고도 잇따랐다. 중대본에 따르면, 15일 오후 6시 기준 강원에서 수도관 동파가 2건, 인천·경기·충북에서 계량기 동파가 1건씩 발생했다. 국립공원 10곳의 탐방로 213개 출입도 통제됐다. 또 이날 눈으로 전국 9편의 항공기가 결항되고, 30여 편이 지연됐다.

이날 오후 늦게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곳곳에 빙판이 생겨나 퇴근길 시민 불편이 컸다. 오후 6시 15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6번 출구 인근에서는 계단이 일부 얼어붙어 있어 시민들이 손잡이를 잡고 한 걸음씩 천천히 내려가는 모습도 보였다. 상당수 시민은 내일 아침 출근길이 온통 빙판이 되어 있을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배모(27)씨는 "퇴근하는데 회사 앞쪽 보도블록이 얼어 있어 세 번 정도 미끄러질 뻔했다"며 "벌써 이렇게 얼어서 내일 출근길이 걱정"이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오후 7시 58분쯤 서울 1호선 용산역에서 노량진역으로 가던 지하철 1호선 열차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으로 한강철교 위에서 멈춰 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승객 500여 명이 2시간 가까이 열차 안에 갇혔고, 주변 열차가 줄줄이 지연됐다. 폭설에 한파로 가뜩이나 퇴근길이 험난한데 시민 불편이 한층 더 커진 것이다. 코레일 측이 오후 10시쯤 이 열차를 견인해 노량진역으로 끌고 오면서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1호선이 한 시간 이상 지연되고 있는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30분 넘게 추위에 떨고 있어요" "1호선 매번 고장이야, 출근 시간도 모자라서 퇴근 시간까지…" "1호선 고장 너무 심하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기고자 : 유재인 기자 박지민 기자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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