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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사람들은 필요에 의한 이동을 해왔다. 이에 따라 대도시로 향하는 주요 길목에는 숙박 시설이 생겼다. 지금도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영국의 전통 숙박 시설은 일층에 간단한 식당, 이층에는 객실을 갖추고 있다. 'ㅁ'자 형태가 일반적인데, 밤이 되면 치안을 위해서 한쪽 벽에 위치한 정문을 걸어 잠근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가운데 마당은 무대, 둘러싼 객실은 객석이 된다.

투숙객들은 흥을 위한 뭔가를 원했고, 데리고 다니던 곰, 황소를 싸움시켰다. 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장기 자랑을 하고 '로빈 후드'처럼 장난스러운 칼싸움도 하며 긴 밤의 무료함을 달랬다. 이런 엔터테인먼트를 수용하던 숙박 시설의 배치는 후에 극장 설계를 위한 표본이 되었다. 귀네스 팰트로 주연의 1998년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의 극장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1599년 '엘리자베스 극단'에 의해서 처음 지어진 런던의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도 이런 모습을 갖추고 있다. 1613년 '헨리 8세' 공연 중 화재로 소실, 이후 재건되었으나 1642년 청교도혁명 때 다른 극장들과 함께 파괴되었다. 1997년 과거 모습을 따라 3층 높이의 노천극장으로 복원, 오늘날 셰익스피어 전용극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나무와 진흙으로 만들어진 무대는 노천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관객이 다소 멀거나 높은 곳에서도 잘 듣고 볼 수 있도록 크게 이야기하고 움직임을 과장했다. 이런 전통은 무대가 실내로 옮겨진 이후에도 연극의 전형적인 대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가을 관람했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 공연에서도 배우들의 발음은 정확했고 연기도 훌륭했다.

'야드(yard)'라 불리는 노천의 할인석에 위치한 관객들은 런던의 비를 맞으며 끝까지 서서 공연을 관람했다. 글로브는 셰익스피어를 존경하는 많은 연극인의 성지다. 연극과 교수이자 현 마이애미대학의 총장인 리즈는 얼마 전 나에게 자신이 죽으면 화장한 재를 글로브극장 한구석에 몰래 묻어달라며 웃었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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