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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믿지 마라."

최근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한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업을 차지하기 위해 가족 간 암투와 혈투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판단뿐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이 대사를 꺼낸 이유는 최근 미 실리콘밸리에서 화제를 모으는 AI(인공지능) 챗봇 '챗GPT'도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AI 연구소인 오픈AI가 이달 초 공개한 이 챗봇은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고, 사람이 쓴 것보다 더 나은 글짓기를 선보인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AI 음성비서 '자비스'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챗GPT를 써보면 놀라움이 앞선다. 양자역학 같은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고, 표현의 자유나 인권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서술한다. 이런 성능 덕분에 챗GPT로 자녀에게 컴퓨터 코딩이나 글짓기를 가르치겠다는 사람도 등장했다. 인공지능 학계의 대가로 꼽히는 퍼시 리앙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미래에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나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코딩하는 작업에서 이런 AI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챗GPT는 거짓말에도 달인이다. 하는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얼핏 들으면 구별하기 쉽지 않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며 실제론 있지도 않은 등장인물을 소개하기도 한다. "1000과 1062 중 1000이 더 큰 수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왜 그런지를 다섯 문단으로 설명한다. AI가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를 학습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습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인간이 AI가 학습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두 점검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하게 발전해도 결국 이를 완전히 신뢰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스테이블 디퓨전' '구글 이매젠' 같은 AI가 사람의 명령을 받아 내놓는 사진과 동영상도 실제인지 가짜인지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딥페이크라는 기술로 죽은 사람을 영상 속에서 살려내기도 하고, 실제론 하지 않았던 위험 발언을 하는 유명인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보이는 것을 전부 믿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

인간의 수많은 능력 중 미래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수많은 정보에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능력일 것이다. 그동안 교육 분야에선 창의력 증진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이제 인간보다 더 창의적으로 구현하는 AI가 존재한다. 인간에겐 AI가 내놓는 화려한 결과물에 속지 않을 수 있는 판단력, AI를 인간의 의도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획력과 통찰력을 기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오직 스스로 판단하는 자신만 믿어야 하는 시대다. 기고자 : 김성민 실리콘밸리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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