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지난 9일에 조금 특별한 공연이 있었다. 마포에 있는 소극장에서 가수 이광조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무의탁 독거노인을 돕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금을 마련해 진행된 이 공연에서 그는 자신의 대표곡인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시작으로 '오늘 같은 밤' '즐거운 인생' 등을 노래하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향수와 추억을 선사했다. 찬조 출연한 가수 이미배도 세 곡을 노래하여 의미 있는 공연에 함께했다. 인간은 만남과 추억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공연장에 모인 중·장년층 관객들은 잠시나마 청년 시절의 자신들과 즐겁게 해후했다.

1976년 '나들이'로 데뷔하여 올해로 데뷔 45주년을 맞이한 그는 우리나라 대표 '감성 발라드 가수'다. 지난 8월에 모친이 노환으로 유명을 달리했는데, 그전까지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첫차를 타고 멀리 계신 모친을 찾아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길에서 만난 독거노인들을 보며 누구도 외롭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일흔을 앞둔 그는 이번에 기타 거장 함춘호와 함께 '함춘호가 기타 치고 이광조가 노래하고'라는 음반도 발매했다. 기타 반주에만 맞춰 부르는 그의 노래가 울림을 주는 것은 노래에 묻어나는 연륜과 깊이 때문이리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수도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4%를 차지했고, 2027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전체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0년 16.0%에서 2022년 19.5%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독거노인은 경제 상황이나 신체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 건강도 취약하다. 함께 사는 가족이 없으므로 이들은 외로움이나 우울함을 더 많이 느낄 수밖에 없는데,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노인 자살률이 높은 국가이며 그중 독거노인의 자살률은 더 높다.

노사연이 노래하였듯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지만 늙음이 달가울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고 가는 세월을 막을 수도 없다. 노인이 우리의 현재이면서 미래인 것은 우리 모두 늙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더욱 관심을 지니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음악만 한 것이 없다. 그 옛날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한 어느 한때로 돌아가는 일은 우리가 팍팍한 현실을 견디는 데 도움을 준다. 그 옛날의 가수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지면 좋겠다. 더러 그들의 노익장에 노래하는 그들이나 듣는 우리 모두 힘을 얻을 테니 말이다.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30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