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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광인'의 특징 중 하나는 집에 식물이 얼마나 있느냐고 물으면 얼른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한 서른… 아니다 마흔… 잠깐만, 화분 개수로 셀까요? 아니면 물꽂이해 놓은 가지까지 합쳐요? 파내서 보관 중인 구근은 안 세는 거죠?

그렇다. 내 집에는 대략 셀 수 없을 정도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집이 정말 넓고 햇빛이 잘 드는가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다. 우리 집 식물은 거실, 보통은 텔레비전을 두는 쪽의 벽에다 일렬로 세워둔 선반에 꽉꽉 들어차 있다. 모자라는 광량은 식물 전용 등으로 해결했다. 타이머 콘센트를 사용해 하루에 일곱 시간씩. 그나마도 자리가 부족해 주기적으로 빛이 잘 드는 자리와 안 드는 자리를 바꿔 준다. 이 정도면 물론 물 주는 것도 일이다. 혹시나 과습이 올까봐 화분은 무조건 물마름이 좋은 토분, 혹은 사방에 구멍이 길게 난 슬릿분을 쓰기 때문에 물 주는 주기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다. 화분들마다 물을 주고, 화분 받침에 고인 물을 제거하고, 그러는 김에 시든 잎이나 너무 자란 줄기를 잘라내고, 잎의 먼지를 닦고, 화분을 요리조리 돌려서 빛을 잘 받도록 해 주고···. 그러다 보면 한두 시간은 예사로 지나기 일쑤다. 여기에 미루고 미루던 분갈이까지 손대기 시작하는 날이면 반나절을 꼬박 보내기도 한다. 그런 날은 나조차 궁금해진다. 난 어쩌다 이렇게 식물에 미쳐 버린 걸까.

식물이 좋은 이유를 말하라면 지금 이 지면보다 열 배는 많은 이야기를 줄줄이 할 수 있겠지만, 그중 딱 하나만 꼽자면 '보답'일 것 같다. 식물에게 사랑을 주면, 식물은 틀림없이 그 사랑에 보답한다. 물을 주면 시들한 잎이 빳빳하게 올라서고 가지를 쳐주면 더 아름다운 수형으로 자란다. 화분을 돌려 주면 그쪽으로 줄기를 뻗고 비료를 주면 꽃망울을 맺는다. 요즘 같은 때에, 진심을 쏟으면 오히려 만만한 취급을 받고 뒤통수를 맞기 일쑤인 이 세상에 이런 기특한 녀석들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준 마음이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이 된다는 것. 그 마음이 한 생명을 더 무성히 자라게 한다는 것. 그 기쁨은 정말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짜릿함일 것이다. 이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 식물 광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좋은 건 나누면 더 좋으니까. 기고자 : 이유리 소설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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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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