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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공시가격 비쌀수록 많이 내려

정부가 부동산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서 내년도 토지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다. 정부 통계상 올해 토지와 단독주택 시세가 작년보다 소폭 올랐음에도 공시가격은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올해 가격 내림세가 두드러진 아파트는 내년 공시가격이 더 큰 폭으로 내릴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 정부 때 공시가격이 급등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10% 이상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세 2% 올랐는데 공시가는 6% 내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 단독주택은 1.86%, 서울은 2.51% 올랐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5.95% 내렸고, 서울은 8.55% 급락했다. 시세 상승에도 공시가격이 내린 것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안'의 영향이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58.1%에서 내년엔 60.4%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였는데, 정부는 내년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53.5%로 되돌렸다.

시세 15억원 이상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은 올해 67.4%에서 내년 58.4%로 10%포인트 가까이 내렸다. 그 결과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 공시가격 하락 폭이 두드러졌고, 강남구(-10.68%)와 서초구(-10.58%) 단독주택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공시가격이 낮아지면 부동산 보유자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줄어든다. 여기에다 1주택자 종부세 기본 공제를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2주택자도 종부세 중과(重課)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안도 여야가 합의한 상태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종부세 기본세율도 기존 0.6~3%에서 0.5~2.7%로 낮아져 납세자들이 체감하는 세금 경감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요소를 감안해 부동산 세금 계산기 '셀리몬'으로 모의 계산한 결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올해 13억5600만원에서 내년 11억8700만원으로 12.4% 하락하는데 보유세는 380만원에서 255만원으로 32.9% 줄어든다. 이 주택의 시세는 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공시가격 7억3400만원(내년 6억5000만원)짜리 단독주택 보유세는 올해 109만원에서 내년 89만원으로 감소한다.

◇아파트 공시가격 10% 넘게 떨어질 듯

표준지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면서 내년 3월 공개될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공시가격 하락률에 관심이 쏠린다. 아파트 값은 최근 정부 발표에서 매주 역대 최대 하락 기록을 경신하는 중인데, 지난 2년간 치솟았던 현실화율이 2020년 수준으로 내리는 효과까지 더해지면 공시가격이 10% 넘게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 들어 10월까지 2.83% 내렸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누적 하락률이 작아 보이지만, 10월에만 1.2%가 내리면서 하락 폭이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11월과 12월 통계가 집계되면, 연간 기준 아파트 값 하락률은 5%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다 정부는 올해 71.5%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내년엔 69%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과거에도 공시가격이 매매 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움직인 사례는 많다. 2021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8.02% 올랐는데,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아파트 공시가격은 14.22%나 올랐다. 2021년 공시가격 상승률은 19.89%로 전년 아파트 값 상승률(3.01%)의 6배가 넘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아파트 시세와 공시가격 변동의 연관성을 종합해봤을 때, 올해 아파트 매매 가격이 5% 정도 떨어지면 내년 공시가격은 10% 이상 떨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인기 주거지에선 20% 가까이 내리는 단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고 '금싸라기' 땅도 내년 공시가격이 대폭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충무로1가에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는 내년 공시가격이 1㎡당 1억7410만원으로 올해(1억8900만원)보다 7.9% 내렸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명동 상권이 타격을 받으면서 올해(-8.5%)에 이어 2년 연속 공시가격이 내렸지만, 1평(3.3㎡)에 5억7000만원이 넘는다.

[그래픽] 내년 서울 25구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 서울 주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보유세 변환 기고자 : 정순우 기자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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