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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안해지는 작품들 속속 등장

이제 '양극화'는 사회문제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것 같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들도 취향에 따라 홍해가 갈라지듯 양 극단으로 갈리는 것은 마찬가지. 더 강렬하게 표현의 한계선을 넘어서는 '진짜 매운 마라맛' 드라마의 반대편에, '무해하고 순한 맛' 드라마들이 조용히 인기를 얻고 있다. 콘텐츠도 '양극화'다.

배우 한석규와 김서형이 주연한 토종 OTT 왓챠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대표적 '순한 맛' 멜로. 1일 공개 뒤 이달 첫 주 왓챠 콘텐츠 중 신규 유료 회원을 가장 많이 끌어들인 드라마가 됐다.

라면밖에 끓일 줄 몰랐던 남편(한석규)이 암 투병 중인 아내(김서형)를 위해 매일 밥상을 차린다. 잡채, 오믈렛, 돔베고기 국수 같은 평범한 일상의 음식을 중심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도마에 또각또각 재료를 썰고 냄비 속 요리가 보글보글 익어가는 시청각 경험에 보는 이의 마음이 안온하게 녹아내린다. '심야식당'이나 '리틀 포레스트' 같은 작품과도 닮았다.

티빙과 합병한 OTT '시즌'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지난달 말부터 순차 공개 중인 12부작 드라마. 4년 차 출판사 직원 '여름'(김설현)은 세상에 치이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청춘의 얼굴이다. '출근. 다시 퇴근.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뛰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상사의 괴롭힘, 남자 친구와의 이별, 어머니의 죽음 등 힘든 일이 겹치던 날, '여름'은 지하철 창 밖에 벚꽃이 날리는 모습을 보며 퇴사와 서울 탈출을 결심한다.

평범한 청년 직장인의 로망이 녹아 있는 드라마. 파란 하늘과 나무들이 가득한 시골에서 자발적 백수 여름은 방세 월 5만원, 하루 생활비 1만원으로 살아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의 삶에 도서관 사서 대범(임시완)이 겹쳐진다. 화장기 없는 배우들 맨얼굴과 사소한 대화가 편안하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사실 최근 OTT 시리즈의 주류는 '매운 맛'이다. 불륜, 신체 절단, 연쇄살인 등을 다루며 누가 더 자극적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경쟁하는 듯하다. 지난주 공개된 '커넥트'(디즈니+)에선 첫 화부터 주연 배우 정해인이 장기밀매단에 납치돼 배가 갈리고 눈알이 뽑힌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여자의 기묘한 멜로 '썸바디'(넷플릭스), 흉악한 장기밀매단과 세상을 덮친 대재앙의 틈새에서 악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몸값'(티빙) 같은 작품도 있었다. '순한 맛' 콘텐츠의 등장은 어쩌면 범람하는 '매운 맛' 콘텐츠에 대한 반작용일지도 모른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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