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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그후 15년… 친환경 생태관광지로 변신

지난 9일 오전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인근 갯바위.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닷물을 양분 삼아 자란 석화(石花)가 하얗게 피어 있었다. 바위마다 '다닥다닥' 붙어 피어 있는 석화는 겨울이 제철인 굴이다. 어민들이 굴을 따고 난 뒤 하얀 속 껍질이 드러난 모양이 바위 위에 핀 흰 꽃 같다고 해서 석화라 부른다. 조새(굴 따는 도구)로 한창 작업 중이던 김종분(70)씨는 "15년 전 바위가 시꺼멓게 기름으로 뒤덮이고 몇 년간은 굴이 거의 없었다"면서 "지금은 보다시피 바위에 싱싱하고 맛있는 굴이 빼곡히 붙어 있어 벌이도 가능해졌다"고 했다.

만리포 해변 남측 언덕에 솟은 만리포 전망 타워에 올라서자 짙은 푸른색 바다와 푸른 하늘, 길이 2.5㎞에 폭 100m로 펼쳐진 하얀 백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전망 타워는 아파트 13층과 비슷한 37.5m 높이다. 지름 15m의 원형 전망층은 360도 유리창으로 설계했다. 가족과 이곳을 찾은 조원기(42·대전)씨는 "과거 유조선 사고로 피해를 본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고 말했다. 이성원(64) 만리포 어촌계장은 "바닷속을 들여다봐도 이제 기름 찌꺼기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잠수하는 사람들은 씨알 굵은 홍합, 해삼, 가리비를 20~30㎏씩 따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태안 유류 피해 극복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15년 전인 2007년 12월 7일 만리포 해수욕장에는 '검은 재앙'이 밀려왔다. 10㎞ 떨어진 바다에서 해상 크레인을 실은 부선(동력이 없는 배)과 유조선이 충돌하면서 쏟아져 나온 원유 1만900t이 해류를 타고 흘러들었다. 국내 최악의 해양 오염 참사였다. 충남과 전북, 전남까지 여의도 면적의 120배에 이르는 3만4703㏊가 피해를 보았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태안은 기름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죽어가는 바다를 살린 건 123만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의 손이었다. 해변에 있는 기름을 삽으로 퍼내고 조약돌을 헌옷과 흡착포로 일일이 닦아냈다. 국민들의 성원에 태안의 앞바다는 회복될 수 있었다. '웃는 돌고래'라는 국제 멸종 위기종 상괭이와 천연기념물 점박이 물범도 발견되고 있다.

사고 이후부터 생태계 복원까지 '태안의 기적'이라 부르는 모든 기록이 지난달 26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사고 발생 당시 정부·지자체의 방제 작업 보고서, 자원봉사자 배치 계획, 사진·영상, 생태계 및 주민 건강 영향 조사, 보상 완료까지 모든 과정이 기록된 자료 총 22만2129건이다. 태안군 유류피해지원팀 가창돈 주무관은 "대형 환경 재난을 자원봉사자 123만명과 정부·지자체가 협동해 극복한 사례를 체계적으로 다양하게 담고 있는 자료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양 관광 도시로 거듭나

태안군은 유류 피해 극복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해양 관광 도시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태안군은 이미 완공된 만리포 전망 타워 외에도 2곳에 전망대를 더 만들고 있다. 전망대를 랜드마크로 만들어 관광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몽산포 전망대는 11억원을 들여 건설 중이다. 일반 전망대처럼 타워형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산책로를 걷듯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최고 높이는 11m, 총연장 256.9m이다.

태안군 남쪽 고남면 고남리 영목항 인근에는 높이 51.26m인 전망대가 내년 2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국내 최장 해저터널인 보령~원산도 해저터널과 연결된 원산~안면대교와 천수만 해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지점이다.

태안군은 또 2024년까지 남면 달산리에 '해양치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 3월 착공했다. 센터에는 태안이 가진 천연 치유 물질인 피트(peat·식물과 이끼류 등이 수천 년간 퇴적돼 생긴 물질)를 활용한 해수 풀과 마사지실 등이 조성된다.

충남도와 태안군의 30년 숙원 사업인 태안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1991년 처음 추진한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사업자 측의 자진 포기와 계약 해지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금융회사와 호텔, 건설 회사 등이 참여한 '온더웨스트 컨소시엄'이 지난 7월 충남도와 해당 사업 부지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내년 3월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1조3384억원을 들여 214만484㎡ 부지에 호텔·콘도, 골프장, 휴양 문화 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국내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친환경 생태 관광지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태안=김석모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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