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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 공개… 보험금 탈수 있는 질환 비용 차이 커

똑같은 백내장 수술용 다초점 렌즈(E제품 기준)를 써서 치료하는데 부산 A의원은 33만원, 인천 B의원은 900만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진료비가 의료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로 조사됐다. 백내장 수술만 해도 최고 27배 차이가 났다. 비급여 진료 비용은 각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잡는데, 일부 병원에서 환자에게 지나치게 부담시킨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14일 의료 기관별 2022년 비급여 진료 비용 정보를 심평원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건강e음'을 통해 공개했다. 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이나 지역별 진료 비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알 권리를 보장하고 효율적 선택을 하게 돕자는 취지다. 복지부는 "평균보다 너무 싸면 염가로 고객을 끌어모은 뒤 다른 치료를 끼워 팔 우려가 있고, 너무 비싸면 과잉 진료·시술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손보험을 통해 환자가 별도로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일부 질환의 비용 차이가 두드러졌다. 실손보험에서 치료비를 보장해주면 환자는 굳이 싼 병원을 찾아볼 필요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가장 흔한 수술이 된 백내장은 인공수정체로 사용하는 다초점 렌즈 전국 중간 가격이 180만원 선. 하지만 인천 B의원은 그 5배에 이르는 900만원을 청구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백내장은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넓어져 검사·수술, 단초점 렌즈까지 기준 수가가 정해져 있는 탓에 일부 병원이 다초점 렌즈에 높은 가격을 책정한 뒤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수 치료(물리치료)는 대개 회당 10만원이었지만, 50만원을 청구한 곳(경기 C의원)도 있었다.

자궁 근종 등을 제거하는 데 쓰는 초음파 유도 하이푸 시술은 가장 저렴한 곳이 200만원(경기 D의원)이었지만, 가장 비싼 곳은 2500만원(경남 E의원)에 달했다. 일반적으로는 850만원 선인 시술이다.

하이푸 시술 비용 자체도 전년에 비해 크게 뛰었다. 초음파 방식은 34.8%, MRI 방식은 57.3% 올랐다. 전문가들은 하이푸 시술에 요실금 시술이나 여성 성형 시술 등을 결합해 비용을 매기고 실손보험을 청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염 등을 치료하는 비밸브 재건술 역시 실손보험 업체에는 골칫거리다. 비밸브 재건술 최저금액은 10만원, 중간 금액은 160만원이지만, 서울 E의원은 2000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는 일부 의료기관이 코 내부를 넓히면서 아예 성형수술까지 같이 해 비용을 부풀리고, 환자는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는 시술이다.

비급여 진료 비용 정보 공개는 지난해부터 동네 소규모 의원까지 대상이 늘어나, 올해에도 전체 의료 기관이 예방접종, MRI, 초음파, 제증명 수수료 등 578항목 가격을 공개했다. 비급여 항목별 평균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75.6%는 전년보다 가격이 올랐다. 지난 11월 물가 상승률(5.0%)보다 인상률이 높은 비급여 항목 비율도 14.9%에 달했다.

비급여 비용은 보건복지부가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너무 높으면 결국 국민 손해로 돌아온다. 일부 병원이 실손보험을 악용해 인상을 주도하면, 해당 진료비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이 없는 환자들은 부담이 커지고, 실손보험 과잉 청구로 보험사가 손실을 입으면 다른 가입자들이 그 손실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 다만 병원에선 "비급여 비용이 시술 시간, 부위, 난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국민들이 액수만 보고 '저렴한 병원'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이런 맹점을 풀기 위해 앞으로 더 상세하고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 의료 기관별 비급여 진료 비용 편차 기고자 :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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