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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폐기 방침 공식화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인다며 도입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건강보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면서 "건보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의료 남용,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는 문재인 케어 폐기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건보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건보 급여와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건보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면서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종결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와 관련해서는 "파업 기간에 발생한 불법 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제거하려는 사람들,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도 했다.

또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전날 정부에 권고한 노동시장 개혁안에 대해 "권고 내용을 토대로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52시간제' 연장 근로 기준을 연(年) 단위까지 확대하고 근로자 파견 업종과 기간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토대로 노동시장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등을 담은 정부·여당의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국익과 민생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다"며 국회에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사실상 폐기를 선언한 것은 과다 의료와 막대한 재정 악화를 불러온 현행 건강보험 제도를 손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중 발생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가 법 위반에 책임을 묻는 일을 게을리하면 사회적 약자를 방치하는 것"이라며 "거짓 선동을 반복하고 폭력을 동원하는 세력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집권 2년 차를 앞두고 각종 쟁점 사안에서 물러서지 않고 '원칙과 기본'을 앞세워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문재인 케어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낸 것은 이 정책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과다 의료와 외국인 의료 쇼핑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2020년 건보 보장률 70%'란 목표를 내걸었고, 3800여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5년간 투입한 예산은 30조6000억원이나 됐다. 그러나 건보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급격히 악화하고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도 늘어났다. 특히 의학적 필요와 무관하게 자기공명 영상(MRI) 촬영 등 의료 행위를 남발하고 내국인이 모은 건보 재정에 외국인이 '무임승차'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일반 국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건보 개편 방향은 '건보 자격 기준 강화와 재정 누수 방지' 및 '필수 의료 강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 개혁이 불가피하다"면서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막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정말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하는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도 '원칙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두고 "노동자 탄압"이라고 반발해 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끝난 화물연대의 파업 기간 중 불법 행위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면서 "산업 현장에 만연한 조직적 불법 행위도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 등 법 집행 기관은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갖고 불법과 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국가가 이를 방치한다면 국민과 근로자들, 그리고 사업주들은 겁나고 불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법 위반 사태에 책임을 물어야 할 국가가 이를 게을리한다면 우리 사회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자 사회적 약자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정치 참여를 선언할 때 '자유와 연대'를 강조한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면서 "자유민주주의 깨려는 세력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반복해 선동함으로써 대중을 속아 넘어가게 하거나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폭력을 동원해 겁주려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세력과는 절대 타협해선 안 된다"며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그건 국가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공동체의 자유를 제거하려는 사람,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며 "이는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대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노동 개악안"이라며 "선진국들은 노동 시간을 줄여 노동생산성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윤석열호(號) 대한민국은 80년대 저임금·장시간 노동 체계로 시계를 되돌리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편 발언에 대해 "상당히 전진했던 문재인 케어의 상당 부분을 들어내겠다는 것"이라며 "국가의 의료 보장성을 후퇴시키겠다는 발상"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노동·건강보험 개혁은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기고자 :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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