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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그림, 세계적 명성
파괴된 우크라에서 그리기도

'얼굴 없는 화가'로 불리는 영국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작품 인쇄본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장벽에 벽화를 그리는 등 꾸준히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그려온 뱅크시는 앞서 러시아군이 파괴한 우크라이나 마을에 벽화를 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뱅크시는 9일(현지 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작품 사진을 올리며 "내 작품 인쇄본 50점을 판매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썼다. 게재된 작품은 택배 상자의 표면으로 보이는 갈색 바탕에 'fragile(깨지기 쉬운)'이라고 적혀있으나, 흰 생쥐가 발톱으로 f, r 글자를 지워 'agile(민첩한)'로 보이는 듯한 그림이다. 해당 작품의 인쇄본 50점은 각각 번호가 매겨지고 뱅크시가 직접 서명할 예정이다. 작품 1점당 가격은 5000파운드(약 800만원)이다. 뱅크시의 작품 판매를 진행하는 자선 단체 웹사이트에 따르면 판매 대금은 우크라이나 단전 지역에 제공할 발전기와 가스 히터 및 민간인 대피를 위한 구급차 등을 구매하는 데 쓰일 계획이다.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 출신의 뱅크시는 1990년대 초반 스프레이를 이용해 거리의 담벼락에 그림을 남기는 그라피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본명, 성별, 나이 등을 숨긴 채 권위주의나 상업주의, 전쟁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을 그리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뉴욕 등지의 미술관에 몰래 걸어두는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8년 그의 그림 '풍선과 소녀'가 경매에서 104만파운드(약 16억6500만원)에 낙찰되자마자 액자 내부에 설치된 파쇄기로 그림을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일화가 유명하다. 일부가 갈려 나간 해당 작품은 현재 20배 가까이 가격이 치솟았다. 그는 제도권 미술계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달 뱅크시는 러시아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도시에도 벽화를 그렸다. 지난달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의 잔해 위에서 물구나무 선 자세로 균형을 잡고 있는 체조 선수를 그린 벽화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을 올리면서 "보로댜ㄴ카, 우크라이나"라는 글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북서쪽에 있는 도시인 보로댜ㄴ카는 지난 2월 전쟁 초기 러시아의 폭격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 밖에도 키이우, 이르핀 등 지역에서 아이들이 시소를 타는 모습의 벽화, 리듬체조 선수가 리본 연기를 하는 모습의 벽화 등 뱅크시가 그린 작품들이 발견됐다. 기고자 :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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