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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노동개혁 어떤 내용 담겼나

노동 전문가 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내놓은 노동시장 개혁 방안은 불법 파견 논란과 노조의 사업장 점거, '쪼개기 아르바이트' 등 그동안 노동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였으나 언급 자체가 어려웠던 이슈들을 정면으로 짚었다. 구체적인 대안 제시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민이 일궈낸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1987년의 전투적 노사관계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 자 한 자 곱씹어 읽으면서 먹먹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연구회는 "파견 제도의 전면적 검토와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파견이란 건물 미화원 등 회사가 근로자를 고용한 뒤 다른 회사에 보내 일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파견 합법화 논의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있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은 후인 1998년 법이 시행됐다. 현재는 경비원·사무지원직 등 32개 업종에만 허용되고, 기한도 2년 이내로 제한된다.

문제는 기업이 아웃소싱을 아예 안 할 수가 없는데, 파견 규제가 워낙 강하다 보니 '도급(都給·하청)' 활용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도급은 파견과 달리 업종·기한에 규제가 없지만, 파견과 경계가 불분명해 법적 분쟁의 빌미가 됐다. '사내 하청'처럼 도급사 직원들도 위탁 업무를 맡긴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원청이 도급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를 하게 되고, 이 경우 '불법 파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현대차·현대제철·포스코 등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벌어진 불법 파견 논란은 모두 이런 경우다. 연구회는 "1998년 법 제정 이후 노동 시장이 변했는데 기본 규율이 바뀌지 않아 편법 고용관계가 양산됐다"며 "파견 대상과 기간을 조정하되, 고용 안정 방안과 (사용)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등 제도 전반에 대해 정부가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회는 또 "통상임금과 평균임금 등 노사 자율로 해결해야 할 쟁점들이 사법적 판단에 맡겨져 현장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디까지를 통상임금으로 볼 것인지가 불확실해 기아차 사례처럼 노사 간 대규모 소송으로 비화되고 있으니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불법 파견, 통상임금 등의 분쟁이 입법과 행정 단계에서 해결이 안 돼 법원까지 가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주휴수당'과 최저임금 제도 개편도 주문했다. 주휴수당이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을 일하면 하루 치 일당을 더 주는 제도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때 휴일에도 일하지 않으면 생계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노동자 임금이 너무 낮아 도입됐다. 지금은 1950년대와 여러 상황이 다른 데다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쪼개기'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는 부작용이 심각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노사 관계가 노동계로 기울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연구회는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과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제한 등 법 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파업 중 대체 근로 투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 노조의 생산 시설 점거는 금지하지만, 일부 점거 혹은 생산 이외 시설 점거는 허용하고 있다. 노조의 회사 로비 점거, 사장실 점거 등이 일어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현대제철 원청 노조는 올해 146일 동안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했다.

연구회는 이어 대기업과 공기업 원청, 정규직만 높은 고용 안정성과 임금을 보장받고, 중소기업과 하청, 비정규직은 그러지 못하는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도 권고했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과 차별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대우조선해양처럼 원·하청 기업이 상생협의회를 운영하게 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인 '상생 임금위원회'를 정부가 만들어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근로기준법 조항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는 직원 수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방안도 찾으라고 요구했다.

[그래픽] 노동시장 개혁 추진 주요 내용 기고자 :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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