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공공 택시호출 1년… 부산의 안착 비결

"부산 오셨으면 동백택시 한번 타보이소." 부산 동백택시는 호출하면 30초 이내에 인근(2㎞) 차량이 90% 확률로 잡힌다고 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동구 부산역, 연제구 부산시청, 해운대구 센텀시티역, 부산진구 서면역에서 4차례 호출해보니, 모두 30초 이내에 5분 거리에 있는 택시가 연결됐다. 대학생 정유나(22)씨는 "카카오택시 블루 등 웃돈을 얹어주는 호출 서비스 없이도 (동백택시만으로) 충분히 택시가 잘 잡히고, 할인도 돼서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카카오택시가 택시 시장을 휩쓸고 있는 서울 등 다른 대도시들과 달리, 부산에서는 부산콜택시연합의 공공호출서비스 '동백택시'가 작년 12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출범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서비스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업체들의 협력으로 이례적인 선전을 펼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부산 택시 94%, 부산 시민 50만명 가입

부산시와 부산콜택시연합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2만3000대 정도인 부산 전체 택시 가운데 93.5%인 2만1500대 정도가 동백택시 플랫폼에 가입했다. 호출 건수도 점차 늘어나 지난 6월에는 하루 평균 2만건을 기록했고, 지금은 1만 건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 지역 하루 평균 호출 건수가 10만건 정도로 추산되는데, 출시된 지 1년 만에 약 10~20% 점유율을 차지한 것이다. 이용자도 증가세다. 동백택시 앱의 가입자는 이달에 50만명을 돌파했다. 부산의 19세 이상 인구는 288만명이라 고령층 등을 제외하면 5명 중 1명꼴로 가입한 셈이다. 신규 가입자가 하루 평균 200명 정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동백택시 관계자는 "지난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카카오택시 앱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던 이틀간 가입자가 평소보다 10배 정도 늘었다"며 "동백택시가 카카오택시를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지역 화폐로 결제하면 5% 환급

동백택시는 민간의 택시호출 플랫폼과 달리 승객에게 호출 비용을 전혀 받지 않고, 택시 기사들에게 별도로 수수료를 받는 멤버십 제도도 없다. 또 결제 수수료도 1.3%로 다른 민간 플랫폼보다 0.5%포인트 낮아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여기다 '지역 화폐 할인'이 동백택시가 자리 잡는 데 큰 힘이 됐다. 지난 7월까지는 동백전으로 결제하면 택시비의 10%를 돌려줬다. 8월부터 5%로 낮아졌지만, 이런 가격 할인이 큰 무기가 됐다. 이용자는 여성이 68%에 달해 남성의 2배가 넘는다. 특히, 20~40대 여성이 55%로 절반을 넘는다. 동백택시 관계자는 "앱을 통해 지역 화폐인 동백전을 구매하고, 동백택시를 이용해 할인을 꼼꼼히 챙기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젊은 여성들에게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산에서는 부산 택시 타자"

공공 택시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부산 외에도 많지만, 유독 부산에서만 활발히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백택시 관계자는 "지역 택시 브랜드에 대한 택시 기사들과 시민들의 응원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산에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에도 개인택시조합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화 콜 서비스인 '등대콜'이라는 성공 사례가 있었다. 특정 회사가 운영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개인택시 운전사들로 이뤄진 조합이 운영하는 콜택시 서비스가 시장을 지배한 독특한 구조였다. 택시 기사 조용호(68)씨는 "위기를 느끼는 건 전국 택시 기사들이 다 비슷할 것"이라면서 "부산 택시업계 특유의 높은 단합력과 조직력, 시민들의 지원이 다른 지자체들과 차이점일 것 같다"고 말했다.

◇혜택 줄어도 잘 달릴 수 있을까

동백택시는 최근 흔들리고 있다. 동백전으로 결제 시 5% 할인이라는 최대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어서다. 부산시는 지난 8월부터 동백전의 1인당 월 충전 한도를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이고, 환급 비율도 10%에서 5%로 낮췄다. 부산콜택시연합 관계자는 "지역 화폐의 이용 패턴을 보면, 보통 학원비 등 지출 금액이 큰 부분에 먼저 사용하고 남는 돈으로 택시도 타고 그런다"며 "한도가 30만원으로 줄면 택시비 쪽으로 흘러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정부가 지역 화폐 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지금의 혜택마저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입장은 지역 화폐는 지자체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백택시 관계자는 "부산 시민들이 익숙하게 이용하고 있고, 유료 호출 서비스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서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래픽] 동백택시 현황 / 동백택시 성공 요인 / 누적 가입 고객 기고자 : 부산=류재민 기자
본문자수 : 245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