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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열아홉 살에 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꼭 20년 만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상갓집 풍경은 2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황망한 상주들을 불러 앉혀 놓고 관은 오동나무로 할 것인가, 수의는 뭘로 할 것인가 등에 대해 빠른 선택을 종용하는 장례식장의 셈법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20년 전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경험치였던 것 같다. 부모의 죽음은 최대한 미루고 싶은 일이지만 모든 경험은 쌓이니 말이다.

열아홉 상주였던 나는 급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문상객들에게 돌아가신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애써 버티고 있는 내게 와서 통곡하는 손님도 싫었고, 아버지와의 추억을 늘어놓으며 술을 마시고 오래 앉아있는 손님들도 싫었다. 줄줄이 들어오는 화환도 다 쓸데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시부상을 치르며 어린 시절 내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별세를 알리며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고인이 돌아가신 이유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와중에 마음을 추스르게 되고,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울고 웃다가 잠시 상실을 잊을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한 것이었다. 썰렁하고 삭막한 장례식장을 장식할 화환도 필요한 것이었고, 함께한 추억을 되새기며 나누어 먹을 소주도 편육도 다 이유가 있는 것들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남은 가족의 마음을 돌보고 슬픔을 위로하는 오래된 방식이었다.

시부상을 치르면서 슬프고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결국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위로의 마음을 보태어준 사람들과 이별을 위로하는 오래된 방식들로 인해 슬픔의 무게를 덜 수 있었다.

가족의 죽음이 다시금 내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배우 김혜자씨가 어느 시상식에서 말한 것처럼 삶이 때론 행복하고 때론 불행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자. 눈이 부시게. 기고자 : 옥성아 SBS PD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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