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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 피아노 독주회

"이번 공연을 위해 한 곡 한 곡 신중히 골랐습니다."

11일 낮 12시 영상 속에 등장한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70)는 피아노 건반 하나하나를 신중히 누르는 모습이었다. 사카모토는 이날 무관중 온라인 피아노 독주회 '류이치 사카모토: 플레잉 더 피아노 2022'를 선보였다. 2020년 무관중 온라인 라이브 이후 2년 만의 단독 공연. 이번에는 더 특별한 방식을 택해 화제를 모았다. 공연 내내 사전 녹화된 연주 장면을 이어 붙여 튼 것.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6시, 밤 12시, 12일 오전 6시, 총 4차례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에 이 녹화된 콘서트 영상이 공개됐다.

사카모토는 1978년 스튜디오 데뷔 앨범 '사우전드 나이브스(Thousand Knives)', 일본의 3인조 전자음악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룹이 해체된 후에는 영화음악 부문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 '남한산성'(2017) 등의 음악을 맡았고, 특히 '마지막 황제'(1987)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과 그래미상 수상 영광을 안았다. 2000년, 2011년, 2012년 등 수차례 내한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이날 공연 방식은 2014년 인두암, 2020년 직장암 선고를 받은 사카모토의 투병생활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 그는 지난 6월 일본 문예지 '신초'에 에세이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보게 될까' 연재를 시작하면서 "지난 1년 동안(2020년 동안) 크고 작은 수술 여섯 번을 받았다"며 자신의 건강 악화 소식을 처음 전했다. 당시 직장과 간 두 곳, 림프로 전이된 종양, 대장 30㎝를 절제했는데, 추가 치료하지 않으면 남은 시간이 6개월이란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사카모토는 특히 이번 콘서트에 대해 "라이브를 할 힘이 없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 예고했었다.

이날 공연은 사카모토가 일본 도쿄 시부야 NHK 방송센터 'NHK 509 스튜디오' 피아노 앞에 앉는 것으로 시작됐다. 영화 '리틀 붓다'(1993)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첫 곡으로 '랙 오브 러브(Lack of love)', '아쿠아(Aqua)' 등 총 13곡을 1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연주해 나갔다. 그의 손은 깡마른 상태였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 '더 라스트 엠퍼러(The Last Emperor)' 후반부를 연주할 때는 힘차게 건반을 튕겨나갔다.

이날 공연에서 사카모토는 내년 1월 17일, 자신의 생일에 맞춰 발매하는 새 앨범 '12'의 신곡 '20220302(Sarabande)' 연주 장면도 첫 공개했다. 연주를 모두 마치고 공연 소감을 밝힌 영상에서 "매일 일기처럼 조금씩 쓴 곡들을 담은 앨범"이라 소개했고, "특별히 오늘 관객에게 먼저 선보인다"며 신곡 음원들을 1시간가량 들려줬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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