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5분마다 자리 일어나 촬영… 뒷사람 시야 가리기 일쑤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스페인과 모로코 경기를 직접 봤다. 승부차기 마지막 순서로 모로코의 아슈라프 하키미(24·파리 생제르맹)가 나서자 약 4만명 팬이 전부 두 팔을 하늘로 높이 뻗었다. 모로코의 전통 응원법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동영상을 찍는 스마트폰이었다.

하키미가 골을 넣으며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팬들은 잠시 함성을 지르면서 기뻐하더니, 금세 조용해진 채 서서 스마트폰 화면만을 뚫어지게 봤다. 힐끗 본 화면엔 짧은 동영상을 주로 올리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창이 떠 있었다. 실시간으로 올려야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을 수 있다. 비슷한 기능인 유튜브 '쇼츠'도 적지 않았다.

골문과 가까운 곳에서 프리킥 기회가 생기면 여지없이 관중석 스마트폰이 허공으로 올라온다. 응원 팀과 상대 팀을 가리지 않는다. 누가 골을 넣든 그림이 멋지다면 높은 조회 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 관객은 5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1분가량을 촬영하고 다시 앉았다. 가려서 안 보이는 그 뒷사람이 주의를 줬는데,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경기 중 관객석 뒷사람이 앞사람 스마트폰을 받아 사진 찍어주는 건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관람 매너' 수준으로 자리 잡았다.

극장, 연극 무대 등에서도 스마트폰을 남용하는 탓에 에티켓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세계적인 월드컵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경기를 굳이 다시 조그마한 스마트폰 화면에 꼬깃꼬깃 넣었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보고 있자면 첨단 기술의 폐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고자 : 도하=이영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29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