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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개선 약속'에도… 보육 사각지대 여전히 많아

정부는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를 보육 시설에 잠시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 여건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전국 어린이집·육아종합지원센터 3만3000여 곳 중에서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2%에 불과하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20%가량은 아예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병원 방문 등 급한 용무가 갑자기 생겨도 근처에 아이 맡길 데가 없는 보육 사각지대가 많다는 얘기다.

9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기초지자체 229곳 가운데 시간제 보육 서비스 제공 기관이 하나도 없는 곳이 52곳(22.7%)에 달했다. 시간제 보육을 제공하는 기관이 있어도 단 한 반만 운영 중인 지자체는 39곳이었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란 만 6개월 이상 36개월 미만 영유아를 집에서 돌보는 부모가 잠시 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한 일종의 '틈새 보육' 제도다. 임신 육아 종합 포털 '아이사랑'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필요한 날짜와 시간대를 지정해 시간당 1000원에 월 80시간까지 예약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2015년 전국 216기관 237반에서 시작돼 지난해 말 740기관 857반으로 확대됐다. 신청 건수 역시 2015년 9만6247건에서 코로나 유행 직전인 2019년 37만2403건이 돼 4배 가까이로 늘었다. 코로나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도 이용 신청이 19만8374건 접수됐다.

시간제 보육은 만 0세·1세 아동 부모들에게 요긴한 제도다. 이 연령대 아이는 집에서 돌보는 비율이 만 0세 90%, 1세 60%에 달한다. 특히 조부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영유아 부모에게 절실하다. 본인의 치료나 부모·친지 병문안을 위한 병원 방문, 취업 준비·면접 등 일시적 사정이 생길 때 어린 자녀를 몇 시간 동안 맡길 수 있어서다. 그렇기에 지난 대선 당시 여야 후보 모두 "시간제 보육 확대를 통한 보육의 질 개선"을 공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시간제 보육 개선'을 약속해왔다. 사유에 제한이 없는 만큼 육아 스트레스나 피로가 쌓였을 때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개월 아들을 둔 김모(36)씨는 "일주일 세 번 하루 3시간씩 아이를 맡기고 운동을 하니 육아 피로가 훨씬 덜하다"고 했다.

이처럼 서비스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국 어린이집 3만3246곳과 육아종합지원센터 125곳 중 시간제 보육을 제공하는 곳은 지난해 말 기준 740기관(2.2%)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중 3분의 1이 넘는 약 220곳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잠시 아이를 맡기려면 시간제 보육 제공 기관이 집에서 너무 멀지 않아야 좋은데 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시간제 보육 이용자의 83%는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하면서도 '접근성' 항목의 만족도는 가장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시간제 보육반을 정규 보육반과 별도 공간에서 운영하고, 교사도 신규 채용하도록 한 현 운영 방식이 시간제 보육 기관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어린이집으로선 시간제 보육반을 공간과 품이 많이 드는 가욋일로 여긴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 어린이집 30%가량이 정원이 차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정원에 여유가 있는 정규 보육반을 시간제 보육에 활용하는 '통합형 시간제 보육'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내년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2.2% 줄어든 204억원 편성되는 데 그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아동보육학과 교수는 "시간제 보육은 북유럽에선 이미 활성화된 제도"라며 "우리도 앞으로 관련 인프라를 지역별로 고르게 확대해 접근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수요 못 따라가는 시간제 보육 서비스 기고자 :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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