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전기료 폭등 우려에 하루만에 입장 바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법안을 부결했던 여야가 하루 만인 9일 "법안을 연내 다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의 자금줄이 막혀 국내 전력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국회가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다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 여당 의원들의 결석과 야당 의원들의 반대·기권으로 처리가 지연된 데 대해선 누구도 반성하거나 유감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전법 개정과 관련, "(10일 시작하는) 임시 국회 때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하면서 인기 관리를 위해 전기 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다음 정권에 떠넘겼다. 한전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결자해지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부결된 것과 같은 내용의 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인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도 "시장 불안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국회법에는 법률안 제출 후 15일간 회의에 상정 못 하게 하는 숙려 기간 제도가 있지만 '긴급하고 불가피한 경우 상임위 의결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해 숙려 절차도 생략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법 개정안은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 합(合)의 2배'에서 최고 6배로 높이는 법안이다. 지난달 24일 여야 합의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를 통과했다.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보였던 법안은 8일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204명 중 찬성 90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부결됐다. 소속 의원 51명이 반대, 46명이 기권한 민주당은 "당론이 아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의원 115명 가운데 57명이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장만 뽑고 법안 관련해서는 제대로 설명이 안 됐다"고 했다.

국회가 한전법 개정을 서두르는 것은 한전의 자금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법안이 표류해 한전의 자금줄이 막히면 전력 산업 전체가 '블랙아웃'(대정전) 같은 파국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은 자금의 90%를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기 요금 인상 지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적자로 결손금이 쌓이면서 내년도 회사채 발행 한도는 올해(90조원)의 3분의 1인 30조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재 한전이 발행한 회사채는 총 67조2000억원이라 발행 한도를 늘리지 않을 경우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기획재정부·금융위·한전과 함께 대책 회의를 갖고, 회사채 이외 자금 조달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권 협조를 구하겠다고 했다. 회사채 발행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0월 기준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평균 구매 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181.62원, 소비자들에게 파는 전력 판매 단가는 이보다 60원 이상 낮은 119.93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적자를 막기 위해선 적어도 kWh당 50원, 지금까지 쌓인 적자를 없애려면 100원가량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전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전기 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이날 한전 주가는 8.53% 급등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한전의 적자 상황과 물가에 끼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kWh당 50원을 1분기와 2분기에 나눠서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고자 : 박수찬 기자 조재희 기자
본문자수 : 1789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