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최근 10년 동안 9차례 증액, 올해도 168억 늘어 7167억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 등 헌법상 독립기관 가운데 국회의 예산 규모가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가장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상 독립기관의 예산안은 형식상 정부가 편성하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는 이런 기관들의 예산을 함부로 줄일 수 없다. 이런 기관들의 예산을 실질적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권한을 가진 곳은 국회다. 국회가 예산 심사권을 남용해 '제 밥그릇 챙기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에 따르면, 내년도 국회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을 기준으로 2014년에 비해 42.1%(2125억원)가 늘어난 7167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법원은 39.1%, 감사원은 28.5%, 중앙선관위는 2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헌재가 43.1% 늘었지만, 헌재의 내년 예산 규모는 558억원에 불과하다. 연간 지출 1000억원이 넘는 주요 독립기관 중에선 국회 예산이 가장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각 기관의 예산 증가율 차이는 국회의 예산안 예비 심사 단계에서부터 나타난다. 국회사무처 소속 전문위원들은 각 부처 예산안에 대해 검토 보고서를 내는데, 이 보고서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사업의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각 기관 예산을 늘리거나 줄인다. 그러나 국회사무처가 국회 예산에 대해 작성하는 검토 보고서만큼은 감액 의견이 거의 없고 증액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내년도 국회 예산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감액해야 한다는 의견은 5건에 불과했으나,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이미 증액돼 올라온 정부 원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14건에 달했다.

국회의원들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국회 예산을 추가로 늘린다. 정부는 올해 국회 예산 6998억원을 내년에 7167억원으로 약 168억원 늘리는 내용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여야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추가로 수백억원 증액을 추진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국회 예산이 전년도보다 증액된 것은 9차례에 달한다. 반면 중앙선관위는 같은 기간 6차례 감액됐다. 한 헌법상 독립기관 관계자는 "예산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는 국회를 견제하는 기관이 없다"고 했다. 기고자 : 김경필 기자
본문자수 : 1098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