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스마트폰·TV부문, 비용절감 나서

삼성전자 DX(스마트폰·TV·가전) 부문은 지난 7일 사내 인트라넷에 'DX 부문 비상경영체제 전환'이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올리고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우선 사업부별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전사적으로 프린터 용지를 포함한 소모품비를 올해보다 50% 절감하기로 했고, 지난 6월 대면으로 진행했던 글로벌 전략회의도 온라인 회의로 바꿨다. 코로나 사태가 끝났지만 항공료를 포함한 부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대면 회의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략 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국내는 물론 해외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문별 업황을 논의하고 사업 계획과 중·장기 신성장 동력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중요한 행사다. 또 앞으로 해외 출장은 50% 이상 축소하고, 불가피한 출장의 경우 사전에 CFO(최고재무책임자) 허락을 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비용 절감 진행 상황을 매월 보고하기로 했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세계 각국 시장 상황이 요동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마른 수건 짜기식 경비 절감에 나선 것은 최근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여기에 더해 내년 경기 전망이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 재고 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원 가까이 늘었고, 금융 비용(14조2658억원)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6조원)의 배 이상이 됐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비상경영 움직임이 다른 삼성 계열사는 물론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LG그룹은 8일 구광모 회장이 주재하는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말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LG그룹은 이 자리에 신임 사장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논의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LG그룹은 지난 9월 사장단 워크숍, 지난 11월 사업보고회에 이어 또다시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며 "그만큼 현재 경제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건설 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현대건설기계도 지난 5일부터 4일간 인천에서 각 사 임원 전원과 해외 주재원 포함 150여 명이 모여 워크숍을 열고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조영철 현대제뉴인 사장은 워크숍에서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줄어든 매출을 신흥국에서 보완해왔지만 신흥국 경제 위기설이 나오고 있고, 북미를 포함한 선진국 시장 또한 언제까지 성장이 이어질지 알 수 없어 냉철한 상황 판단과 대비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비상경영 움직임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산업계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 화학소재 전문 기업 휴비스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올 3분기 영업손실 209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휴비스 측은 비용 절감과 자금 유동성 확보로 전사적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해 현재 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초 세운 대규모 투자 계획은 취소되거나 재조정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9월 3600억원 규모의 상압증류공정·감압증류공정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투자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도 지난 3월 발표했던 1600억원 규모의 질산유도품 시설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기업들은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미리 확보하는 데 힘 쏟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코스피 상장사 시총 상위 20사의 현금성 자산은 250조262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8조2839억원 늘었다. 기업 대출도 늘어 10월 말 기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원으로, 올 들어 103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많은 기업이 비상경영에 나섬에 따라 인력 채용 시장에도 한파가 불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 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390사를 대상으로 내년도 경제 상황 인식과 고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은 내년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채용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고자 : 신은진 기자 김강한 기자
본문자수 : 1986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