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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넘었던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 모두 4%대로 떨어져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운데 마지막까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었던 하나은행이 지난 6일 연 4.9%로 인하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NH농협은행(연 5.1%)과 KB국민은행(연 5.01%), 하나은행(연 5%) 등 3곳의 정기예금 금리가 5%를 넘었지만, 5대 은행의 금리가 모두 4%대로 떨어졌다.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입김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간 은행들의 금리가 시장 원리가 아니라 당국의 압박에 의해 결정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올 들어 예금 금리를 인상하라고 요구하다가 10월부터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돌연 금리를 낮추라고 입장을 바꿨다"며 "정부가 사실상 은행장 역할까지 겸임하면서 금융시장을 휘젓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 금리는 뚝뚝 떨어지는데, 대출 금리는 큰 변동이 없어 예금자나 대출자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금 이자는 하락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1년) 금리는 연 4.48~4.95%로 지난달 15일에 비해 최대 0.62%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중이다.

저축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연 6.5% 정기예금 특판이 쏟아졌지만 당국이 과도한 금리 경쟁 자제를 요구한 이후 금리 상승세가 꺾였다. 7일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1년) 최고금리는 연 5.9%에 그쳤다.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금리 특판 자제 주문을 받은 신협에서도 연 6%대 정기예금, 연 8%대 적금이 실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은 예금 금리 '역주행'이 당국의 주문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대출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당국 요구에는 소극적이었던 은행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예금 금리 인상 자제령은 즉각 수용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주택 대출과 신용 대출 금리가 소폭 내리기는 했지만, 이는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내려간 외부 요인 탓이다. 윤민섭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자기 선택적으로 당국의 시책을 따르고 있다"며 "당국의 권고를 핑계대지만 실제로는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은행권 대출 금리 상승 폭(1.34%포인트)은 예금 금리 상승 폭(1.09%포인트)을 훨씬 웃돌았다. 올해 3분기 기준 은행권 예대금리 차(잔액 기준)는 2.46%포인트로 8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 금리도 인하될까

금융 당국의 '예금 금리 인상 자제' 요청은 단기적으로는 대출 금리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거나 일부 내려가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산출할 때 은행채보다 금리가 낮은 정기예금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가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산출할 때 정기예금의 반영 비율은 79.5%였는데, 10월에는 87.4%로 높아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정기예금 가입이 늘었고, 10월부터 금융 당국에서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하면서 정기예금 반영 비중이 커졌다"고 했다. 반면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은행채 비중은 줄어들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은행채 금리는 연 4.31%로 전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연 3.97%)보다 높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국내 금융사의 대출 금리 수준을 주 단위로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예금 금리만 묶어둘 경우 예대금리 차가 계속 벌어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 뒷걸음질 친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 기고자 : 김은정 기자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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