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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3회 연속 8강 진출 좌절

"패스에 빠진 스페인, 슛을 해야 할 때 고개를 숙이다(Spain, fond of passing, bows out meekly, when forced to shoot)."

7일 열린 스페인과 모로코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결과를 전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기사 제목이다. 두 팀은 이날 연장전까지 득점 없이 비겼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의 슛을 두 차례나 막아낸 골키퍼 야신 부누(31·세비야)의 활약으로 모로코가 3대0으로 승리했다. 2010 남아공 대회 챔피언 스페인은 이후 세 개 대회 연속 8강 진출 실패라는 굴욕을 당했다.

한때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스페인 '티키타카'(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높은 점유율을 추구하는 축구 전술) 축구의 종말을 상징하는 듯했다. 스페인은 다비드 비야,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이 활약하던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티키타카 축구로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를 연달아 제패했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2014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변의 희생양' 정도로 여겨졌으나, 이후 두 차례 월드컵에서 연달아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티키타카를 고집한 스페인 축구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로코전에서 그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스페인은 이날 68%라는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가져갔다. 패스도 모로코보다 3배 이상 많은 1041회를 시도해 967회 성공했다. 성공률이 93%에 달했다. 그러나 상대 골망을 한 차례도 흔들지 못했다. 슈팅 공간이 나와도 스페인 선수들은 패스를 선택했고, 경기 종료가 임박해도 스페인은 과감한 슛보다는 패스에 급급했다. 자연스레 최전방에 선발 출전한 마르코 아센시오(26·레알 마드리드)와 교체 투입된 알바로 모라타(30·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패스를 각각 17회, 10회씩밖에 받지 못하며 고립됐다.

스페인이 이날 때린 슈팅은 13개, 그중 유효 슈팅은 1개밖에 없었다. 반면 철저한 수비 후 역습을 노린 모로코는 6번 슈팅 중 3번이 유효 슈팅이었다. 우나이 시몬(25·빌바오) 골키퍼의 3차례 선방이 아니었다면, 스페인은 승부차기에 가기도 전에 패할 수도 있었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을 1승2무1패(승부차기는 무승부로 기록)로 4경기 만에 마감했다.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7대0 대승을 거둔 1차전을 제외하면 이후 3경기에서 2골에 그친다. 이뿐만 아니라 2014 브라질 대회부터 세 차례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11경기 3승5무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스페인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는 "대표팀은 공을 가지고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했고, 엘 문도는 "좋은 팀이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다면 별로 가치가 없다"고 했다.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은 "우리는 경기를 지배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그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기고자 :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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