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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경제보다 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 美증시 하락

미국에서 경제 지표가 호전됐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뉴욕 증시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라앉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긍정적인 지표가 발표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게 아니라 물가를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는 역설 때문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기를 겪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실물경제보다 금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금리 인상기 정점을 지나간 이후에야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 지표 호조 보이자 주가는 하락

5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다우평균은 1.4% 하락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1.79%, 1.93%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공식화한 이후 상승 랠리를 펼친 뉴욕 증시가 이날 가라앉은 건 미국의 경기가 생각보다 견고하다는 지표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11월 비제조업(서비스 분야)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5로서 시장 전망치(53.5)와 전월 수치(54.4)를 모두 상당한 폭으로 상회했다. 또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공장재 수주도 전월보다 1% 증가해 월가 전망치(0.7%)보다 높게 나왔다.

앞서 지난 2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고용보고서에서도 시간당 평균 임금 증가율이 전월 대비 0.6%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시장 전망치(0.3%)의 두배였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작년 같은 달 대비로도 5.1% 상승해 시장 전망치(4.6%)를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고용시장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자 월가 투자자 사이에서는 연준이 매파적(금리 인상 선호 경향) 면모를 보일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구인난이 해소되지 않고, 그에 따라 임금 인상이 큰 폭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WSJ "내년 2월까지 2연속 '빅 스텝' 가능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노동시장 과열 탓에 연준이 내년에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오는 13~1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겠다는 의사를 지난달 30일 미리 알렸다. 6월 이후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던 거침없는 질주를 마치고 보폭을 좁히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내년에 처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베이비 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추가 감속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발표된 11월 고용 보고서 등에서 나온 여러 지표가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을 보여주자 다시 상황이 급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12월에 이어) 2월에 연속적으로 '빅 스텝'을 밟을 수 있다"며 "최종 금리도 현재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5%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 위원들이 지난 9월에는 내년 금리를 연 4.5~5% 사이로 전망했지만, 11월에는 그보다 높은 연 4.75~5.25% 사이에서 전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노동에 대한 수요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건 9월에 비해 최종 금리가 다소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과 관련한 신호에 따라 뉴욕증시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아래로 자주 출렁거리자 시장에서는 불만도 감지된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이후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시장의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매파적 발언을 내놓는 것 같다"며 "올해 실적을 마무리하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금융시장이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야기한다는 우려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실과 괴리된 걱정"이라고 보도했다. FT는 "물가를 고려한 실질 임금 인상률은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였다"며 "소비가 국내총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충분한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 활동에 지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최근 3년간 미국 실업률 추이

[그래픽] 미국 11월 시간당 평균 임금 증가율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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