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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 로런스 코틀리코프 인터뷰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를 보면 열 살짜리 아이만 벌거벗었다고 소리를 친다. 그런데 이 동화 결말은 사람들이 잠깐 멈칫하다 그대로 행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미국 레이건 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로런스 코틀리코프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6일 "최고 수준의 경제학자들까지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 같은 지표만 보고서는 '아직은 재정이 건전하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정치인들, 경제학자들, 일반 국민 모두에게 인기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컨퍼런스에서 특별 연설을 한 뒤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정 건전성은 국가 부채 같은 지표만 볼 것이 아니라 세대별 재정 부담을 감안해서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한 지표로 '재정 격차'와 '세대 간 회계'를 제시했다. 재정 격차는 모든 미래 지출과 미래 수입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차이를 살펴보는 지표다. 세대 간 회계는 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에 남겨질 재정 부담을 산출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 부담 측정할 수 있는 '세대 간 회계' 필요

현재 재정을 풀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걸 막기 위해서는 결국 젊은이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직접 나서서 세대 간 회계가 필요하다고 플래카드를 걸어야 한다"며 "(당장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기존 세대가 젊은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기존 세대도 부담을 분담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각국 정부가 정책 수립 시 지침으로 삼고 있는 단기적 총량 재정 지표는 중·장기 재정 운용 관리 측면에서 불충분한 재정 지표"라고 했다.

◇단기 재정지표는 잘못된 지도 "뉴욕에서 LA지도 보고 운전하면 허드슨강에 빠져"

그는 단기적 총량 재정 지표에 기반을 두고 재정을 운용하는 것을 "뉴욕에서 운전하는데 LA 지도를 보고 가면 허드슨강에 빠진다"고 비유했다.

또 재정 계획을 5년, 10년, 30년 등 특정 기간으로 한정해서 잡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했다. 그는 "기간을 한정하지 말고, 앞으로 발생할 모든 비용을 추계해야 한다"며 "한국은 30년 단위로 재정 계획을 세운다고 했는데 30년으로 뚝 자를 때와 무한대로 내다봤을 때의 재정 격차 숫자는 분명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30년이면 (정부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똑같은 재정 정책이라도 괜찮은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며 "가령 소득세를 올려서 고령자 복지 부담을 충당한다고 한다면 단기 지표로는 재정 건전성이 좋아질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경제가 고사해 세 수입이 결과적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정치인은 원하는 숫자 불러주길 원해"

그는 "미국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매년 엄격한 재정 추계를 하도록 했던 부시 행정부 당시 폴 오닐 재무장관은 결국 이것 때문에 딕 체니 부통령에게 쫓겨났다"며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아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오닐 재무장관은 지난 2002년 푸드 스탬프(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식료품 구입 비용을 지원), 아동 복지 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미국 사회보장제도를 모두 포함해 재정 격차를 추계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방식으로 재정 긴축을 추진했던 폴 오닐 장관은 재정 확장을 원했던 부시 행정부와 마찰을 빚다가 그해 12월 해임됐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재정 격차 추계 결과가 나오기 전 오닐 장관은 해임됐다"며 "부시 행정부는 재정을 푸는 정책으로 표를 얻으려고 했다. 오닐 장관은 그래서 해임된 것인데, 그 밑에서 일하던 나의 동료들과 제자들도 해고됐다"고 했다. 결국 사회보장제도를 넘어 연방정부 정책에 재정 격차를 추계하는 방안은 도입되지 않았다.

그는 "정치인들은 재정을 써서 표를 얻고 싶으니 원하는 수치를 말하길 원했다"며 "사실 적자 폭을 어떻게 보고할지는 '단어 선택의 문제'다. 예를 들어 당장 세금은 늘리지만 이걸 나중에 풀겠다고 하면, 일단은 당장은 긴축 정책 같지만 나중에는 완화 정책을 쓰는 것이니 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로런스 코틀리코프 보스턴대 교수

미국 내 대표적인 우파 경제학자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자문위원,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등을 거쳤다. 기고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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