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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썸바디' 주인공 강해림, 살인범에게 끌리는 프로그래머 役

배우 강해림(26)이 웃으면 하얀 모시 같다. 눈처럼 깨끗해서, 세상 어떤 색도 순식간에 빨아들여 강렬한 원색으로 물드는 흰 모시 천. '해피엔드' '은교'를 만든 정지우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로 등장한 신인 배우. 공감 능력이 결락된 개발자일 때는 인공지능(AI) 안드로이드처럼 서늘한 푸른색을 띠고, 억제 못 할 살인 충동을 느낄 때면 천진해서 더 섬뜩한 웃음을 흘리며 핏빛으로 물든다. 문제적 신인의 등장이다.

"주변 분들이 '너, 너무 무서워. 앞으로 더 잘해줄게' 하실 때마다 큭큭 웃음이 나요." 최근 서울 광화문 본지 사옥에서 만난 강해림은 "이렇게 인터뷰 많이 하고 말 많이 하는 건 난생처음"이라며 웃었다. 엄마 소원 풀어드리려 2016년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 '부산·울산 진'이 됐고, 웹 예능 '연애의 참견'으로 소소한 팬덤도 생겼다. 그래도 '썸바디'의 흥행으로 쏟아지는 관심은 아직 낯설다.

그가 연기한 '김섬'은 타인의 감정을 알고 싶어 사람보다 더 잘 사람을 이해하는 대화형 AI 데이팅 앱 '썸바디'를 개발한다. 앱을 매개로 살인 사건이 잇따르자, 그는 연쇄 살인마 '성윤오'(김영광)를 직접 만난다. 자신의 AI보다 사람을 잘 이해하는 재능을 지닌 남자. 애정과 살의가 얽힌 위험한 관계가 시작된다.

정지우 감독은 강해림에 대해 "참으로 '고유한' 배우여서, 그 고유함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옮겨 오고 싶었다"고 했다. "아직 대본이 안 나왔던 작년 초 처음 감독님을 만났어요. 아홉 달쯤 계속 만날 때마다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고요." 오래 이야기를 나눠 배우를 깊이 이해하는 건 정지우 감독의 본래 연출 스타일. 강해림은 "제 얘기를 이렇게 많이 들어주고 깊게 관찰하고 '진짜'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김섬' 캐릭터가 배우의 고유함에 기대고 있다는 감독 말대로, 강해림은 대화할 때 살짝 느린 반응 속도와 꾹꾹 눌러 뱉는 듯한 말투 모두 극 중의 '김섬'과 꼭 닮았다. 드라마에서처럼 면도칼을 들고 다니는 것만 빼면 말이다.

강해림은 "촬영 끝난 뒤 주변에선 제가 좀 어두워졌다고 걱정하시는데, 전 오히려 안정감이 생긴 느낌"이라고도 했다. "눈치 없다고 핀잔 듣기 일쑤인 데다 너무 솔직한 건 독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감독님은 '네가 틀린 게 아니라 특별한 거'라고 해주셨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있는 그대로 살아도 되겠다'는 위로와 격려를 얻었어요."

이제 출발점에 선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아주 오랜 시간, 다양한 장르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공포 영화도 하고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로맨스도 하고 액션도 하고. 중요한 배역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을 연구해보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 사람을 연구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쩌면 관객들은 이 배우를 앞으로도 오래 지켜보며 연구하게 될 것 같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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