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개인투자자들 11월 이후 코스피서만 3조2000억 팔고 떠나

연말 연초에 주가가 오르는 '산타 랠리'는 올해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대할 수 없는 걸까.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이 50조원 밑으로 떨어지고, 거래량이 뚝 떨어지는 등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통상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연말과 이듬해 초까지 약 7거래일간 주가가 반짝 오르는 현상을 산타 랠리라고 부른다. 연말 보너스로 경기가 반짝 호황을 맞으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그간 거침없었던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증시에 안도 랠리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증시만 놓고 보면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에도 한국 증시에선 산타 랠리를 보기 힘들었다. 코로나 팬데믹 첫해였던 2020년, 초저금리 여파로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덕분에 12월 한 달간 주가가 11% 올랐던 때 외에는 선례를 찾기 힘들다.

◇증시 대기자금, 연중 최저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46조6746억원으로 올 들어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1일 기준 49조6546억원으로 다소 반등했지만, 올 초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던 1월 27일 75조원까지 치솟았던 때에 비해선 25조원 넘는 예탁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대기자금 성격으로, 증시 분위기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최근 금리 정점론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권사가 운영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지난달 말 기준 약 60조원으로 올해 최고치(70조원) 대비 10조원 감소했다.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량도 코스피 지수가 연 최저치를 찍은 지난 9월 4억6877만주에서 11월 5억 7948만주로 다소 올랐다가 12월이 되자마자 다시 4억주대로 내려앉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연말을 앞둔 11월부터 이달 5일까지 코스피에서만 3조2000억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시장을 떠났다.

시장에 한파를 불러온 건 역시나 고금리다. 위험을 지지 않고도 돈만 넣으면 얻을 수 있는 은행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위험이 따르는 주식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초과 수익률, 즉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있다. 주식 투자 시 감수해야 하는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낮아 차라리 은행에 돈을 넣어두거나 장기 국고채를 사는 편이 나은 형편이라는 것이다. 전업투자자 이모(43)씨는 "국민주택채권 같은 국공채가 3년에 4%대 후반 수익률을 주고, 우량 회사채는 7%짜리도 있어서 주식보다는 차라리 마음 편하게 채권이나 사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주주 양도세에 금투세 리스크까지

실물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 기업 이익이 늘어나지 않을 거란 전망도 한몫하는 중이다. 증권사들의 연말 코스피 지수 예상치 상단이 2500포인트대를 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5일 종가(2419.32포인트) 대비 잘해야 6~7% 상승 폭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실물 지표 중 가장 빨리 발표되는 한국 수출이 11월 14% 감소해 2개월째 역성장을 기록했다"며 "과거 수출이 플러스로 반전하기까지 짧게는 10개월, 길게는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던 만큼, 시장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때"라고 말했다.

연말마다 등장하는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에 올해 새로 등장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리스크도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 연말 기준으로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또는 지분 1% 이상 보유한 개인은 이듬해 주식을 양도할 때 차익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매년 마지막 거래일 이전에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려는 왕개미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곤 한다.

올해는 국내주식 양도차익 5000만원 이상일 때 22~27.5%(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을 내는 금투세가 불과 한 달 뒤인 내년 초 도입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변수다.

[그래픽] 올해 투자자 예탁금 추이 / 올해 코스피 일평균 거래량 추이 기고자 : 김은정 기자 김효인 기자
본문자수 : 207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