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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추진에 은행들 난색… ＂대출 갈아타기 반복땐 시장 혼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은행들이 받고 있는 연간 3000억원대의 중도 상환 수수료를 면제하자"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금융권이 고민에 빠졌다.

은행들은 "시장 원리를 깨뜨린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올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게 부담이다. 또 "은행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를 마냥 모른 체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금융 당국은 '팔 비틀기' 논란이 벌어질까 봐 눈치를 살피고 있지만,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대출받은 사람이 예정보다 일찍 빚을 갚을 때 내는 일종의 위약금이다. 아직 갚지 못한 대출금 잔액의 최대 1.5%를 물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처럼 은행들은 만기 수십 년짜리 대출을 해주고 여기에 맞춰 자금을 굴린다. 하지만 중간에 고객이 대출금을 상환해버리면 자금 운용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중도 상환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해 은행권이 거둬들인 중도 상환 수수료는 3209억원 규모였다.

◇대출 갈아타기 반복되면 시장 혼란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고금리로 유례없는 수익을 올리는 은행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한다"며 "은행들은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를 적극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금리 급등기를 맞아 금리 부담을 줄이려는 서민들이 다른 대출로 갈아타기를 할 때 중도 상환 수수료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구동성으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대출이 나갈 때 계약 조건으로 합의한 사안에 대해 은행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은 정치권의 지나친 요구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시중은행의 한 간부는 "중도 상환 수수료는 돈을 더 벌기 위한 측면보다는 장기 자금 운용 계획이 틀어져 손실이 생기면 채워 넣는 용도"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중도 상환 수수료가 전부 면제될 경우 금리가 더 낮은 상품으로 매달 대출을 갈아타며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얌체 고객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중도 상환 수수료가 전부 면제된다면 대출 기간 산정 작업의 의미가 사라지게 되므로 전반적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하게 돼 결국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을 한꺼번에 갚아버리는 사람들이 서민이 아니라 자산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금도 중도 상환 수수료를 일부 면제해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신용 등급이 낮은 다중 채무자가 성실하게 대출금을 상환하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 후 3년 이상 상환하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약 계층에만 적용하는 방안

그러나 올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은행이나 금융 당국이 여당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시중은행들의 3분기까지 이자 이익은 40조6000억원에 달한다. 또 변동 금리 대출 비율이 높은 국내 은행들이 금리 변동의 위험 부담을 중도 상환 수수료 형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계 부채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과 금융위는 6일 당정 협의를 열어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와 관련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 당국 관계자는 "예금 금리 인상 자제와 은행채 발행 중단 등 은행을 대상으로 한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중도 상환 수수료까지 면제해주라고 하기가 부담스럽다"면서도 "전면 면제가 아니라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취약 계층이나 차상위 계층으로 대상을 한정해서 면제하면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은행권 중도 상환 수수료 수입 추이 기고자 : 손진석 기자 김은정 기자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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