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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991승… 빠르면 연내 달성
70여년간 14명뿐인 '꿈의 기록'
朴, 최단 기간 역대 2위 도전
姜, 대국수 많아 선점경쟁 유리

프로 바둑계에서 통산 1000승은 꿈의 기록으로 불린다. 1945년 프로 제도와 함께 현대 바둑이 도입된 후 77년간 수백 명의 기사가 배출됐지만 1000승을 넘긴 기사는 14명에 불과하다.

최일선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젊은 기사 2명이 현재 1000승 봉우리 턱밑까지 도달해 있다. 한국 랭킹 3위 박정환(29) 9단과 4위 강동윤(33) 9단이다. 둘은 5일 현재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991승을 마크, 1000승맞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두 기사의 1000승 등정은 빠르면 12월, 늦어도 새해 1월 중 이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관심사는 둘 중 누가 15번째 주인공이 되느냐 하는 것. 예선 대국이 더 많은 강동윤이 다소 유리하리란 관측이 나오지만 바둑리그, 국제 대회(란커배) 등 변수가 많아 속단할 수 없다.

박정환은 나이와 입단 연도 모두 강동윤보다 4년 아래임에도 꾸준한 승수 쌓기 끝에 강동윤을 따라잡았다. 2006년 5월 데뷔한 박정환의 통산 전적은 991승 363패로 승률이 무려 73.2%(역대 2위)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박정환의 1000승을 향한 초고속 페이스다. 내년 1월로 계산할 경우 프로 데뷔 후 단 16년 8개월 만에 달성하는 셈. 이는 이창호가 보유한 최단 기간 1000승(14년 2개월)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현재 2위인 이세돌(17년 5개월)을 넉넉히 뛰어넘는다.

달성 시점의 나이 또한 이창호(25세 2개월), 이세돌(29세 9개월)에 이어 역대 최연소 3위가 확실시된다. 박정환은 현재 29세 11개월로, 최철한(30세 3개월)보다 어린 나이에 1000승 돌파가 유력하다.

강동윤의 1000승을 향한 행보도 만만치 않다. 33세 11개월, 20년 7개월 만의 달성이 예상된다. 이는 연령에선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에 이은 역대 4위, 소요 기간은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다음의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강동윤은 991승 580패 3무(승률 63.1%)를 기록 중이다.

둘 중 누가 먼저 1000승 테이프를 끊을까. 당사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지만, 연말연시에 15번째 1000승을 놓고 두 스타가 펼치는 레이스는 볼만한 구경거리임이 분명하다. 두 기사 모두 한창 농익은 기량을 쏟아내는 '뜨거운 현역'이다.

올해 박정환은 제1회 우슬봉조배, 강동윤은 YK건기배서 우승하는 등 둘 모두 최정상권서 활약 중이다. 맞대결 전적은 강동윤이 최근 4연승, 통산 12승 11패로 역전했다. 농심배에선 2번 주자 강동윤이 4연승 후 바통을 3번 주자 박정환에게 넘긴 상황. 바둑리그에선 나란히 주장을 맡아 피나는 정면 대결이 예고돼 있다.

묘한 것은 이들이 자타 공인 바둑계 최고 '절친' 사이라는 점. 같은 도장서 수학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해외 대회 때 자주 동행하면서 가까워졌다. 서로 훈련 상대가 돼주고 인생 상담까지 할 정도라고 한다. 그럴수록 1000승 선점 의지는 더 강할 수밖에 없다.

1000승 성적표엔 기사들의 평생에 걸친 땀과 눈물, 시대적 애환이 두루 녹아있다. 조훈현(69)은 입단 30년 만인 40세 때 1000승을 찍은 뒤 수십 년째 외로운 최다승(1959승) 독주를 계속 중이다. 기사 생활 47년 만인 64세 때 1000승 고지를 밟은 김수장의 삶도 멋지다. 강동윤과 박정환은 각각 몇 번째 1000승 클럽 가입장을 받아 들게 될까.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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