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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일선 법원 추천 존중'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가결

전국법관대표회의는 5일 정기회의를 갖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문제점을 공식 논의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국 지방법원으로 확대하려는 이 제도에 대해 '사법 포퓰리즘' '대법원장 측근 알박기용'이라는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법관대표회의 의제(議題)가 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왜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내가) 소속된 법원에서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할지는 왜 안 물어보느냐, 이 제도가 지금 문제가 많은데 거기에 대한 의견 수렴은 왜 안 하느냐'고 하는 판사들이 상당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의장단이 "정식 안건으로 올리려면 일정 숫자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관련 논의가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는 두 가지 안건이 상정됐다. 우선 '대법원장은 법원장을 임명함에 있어 각급 법원의 추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안건이다. 이에 대해 참석 법관 91명이 투표해 찬성 59명, 반대 26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 이후 최다 득표 후보를 법원장에 임명하지 않거나 아예 추천을 받지 않은 판사를 법원장으로 임명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의 자의적 제도 운영에 대해 일선 판사들이 견제한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안건은 '대법원장은 수석부장판사가 다른 후보와 비교해 투표에서 유리한 지위에 있어 제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참석 법관 93명이 투표해 찬성 43명, 반대 44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이 안건은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일선 법원의 수석부장판사는 평소 다른 판사들을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법원장 후보 선출 과정에 유리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었다. 실제 2019~2021년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거쳐 법원장이 된 판사 11명 가운데 5명이 수석부장 출신이었다. 이 안건이 1표 차이로 부결되자 "참석자 중에는 수석부장을 노리는 사람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판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날 회의의 한 참석자는 "법원장 후보추천제가 잘못 운용되고 있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지만 존폐(存廢)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못 했다"고 전했다. 한 부장판사는 "'일선 법원의 추천 결과를 대법원장이 존중하라'는 안건이 채택되면서 법원장 인사가 각 법원에서의 '인기투표'가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그러니까 결국 '법관회의가 자기들 밥그릇 챙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측근 알박기 인사'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법원장 임명권을 다음 대법원장에게 넘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내년 9월에 만료된다.

법관대표회의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김명수 대법원장의 전위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작년 4월 중도적 성향의 함석천 부장판사가 의장으로 추대되고 올해 6월에는 인사분과위원장으로 반(反)김명수 계열로 꼽히는 이영훈 부장판사가 선출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럼에도 법원 내에선 "아직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김 대법원장 측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일선 판사는 "조만간 전국의 법원에서 법원장 인사가 가시화되면 법원 내부가 다시 한번 요동치지 않겠느냐"고 했다. 기고자 :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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