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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이어 2차로…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에너지 비용 상승 탓＂

연말을 앞둔 서민 식탁을 '2차 가격 인상 도미노'가 덮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상반기 가격을 줄줄이 올렸던 식품 기업들이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시차를 두고 반영하면서 제품 값을 또다시 우르르 인상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 우크라이나발 밀가루 파동 성격이 강했던 1차 인상 때 빵·과자·라면류가 집중적으로 오른 것과 달리, 이번에는 두부와 참치, 참기름, 케첩, 커피 같은 주요 부식 품목들이 거의 무차별로 오르고 있다. 여기에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까지 더해졌다. 식품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기름·케첩·두부·맥심, 식탁 물가 올라

최근 가격이 오른 제품들은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이 많다. 오뚜기는 지난 1일부터 편의점 기준, 참기름, 케첩 가격을 10% 이상 올렸다. 지난 10월 라면 상품군을 약 11% 인상한 데 이어 다른 상품도 가격 인상 압박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CJ제일제당도 같은 날 참기름(160ml)을 20% 올렸다. 작년 7월 가격 인상 후 1년 4개월 만의 인상이다. 사과식초(500ml)는 26.7%, 맛술은 6.1%씩 가격을 올렸는데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풀무원도 이날부터 편의점 기준, 찌개두부(290g)를 1500원에서 1600원으로 올렸다. 동서식품은 오는 15일부터 맥심과 카누를 포함한 인스턴트 커피 제품 출고가를 평균 9.8% 올린다. 지난 1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이다. 동서식품은 "커피 원두와 설탕 등 주요 원자재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 상승과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유제품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앞서 낙농가가 공급하는 원유 값이 오르자 주요 유업계는 지난달 17일부터 흰 우유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이에 따라 발효유, 아이스크림처럼 우유를 사용하는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파스퇴르 브랜드 우유, 발효유 등을 평균 10% 올렸고, hy도 발효유 일부 제품 가격을 7~16% 인상했다. hy는 "당류·분유류 같은 주원료가 11월 기준 전년 대비 최대 70% 이상 비싸졌다"고 설명했다.

음료수 가격도 인상 도미노다. 롯데칠성음료는 1일부터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같은 대표 상품 가격을 평균 4% 올렸고, LG생활건강도 파워에이드를 포함한 제품 4개 공급가를 평균 6% 올렸다. 동아오츠카도 포카리스웨트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8.6% 인상했다.

음식료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소비자물가에서도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두드러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7월 6%대까지 치솟았던 전체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0%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5%대에 머무르며 둔화했다. 하지만 각종 가공식품 물가는 9.4% 오르며 11월 기준으로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환율 매입 원재료에, 가스비 등 제조비 영향"

지난 9월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부당한 가격 인상이 없도록 소관 부처와 공정위가 합동 점검하겠다"며 식품업계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했고 같은 달 농림축산식품부도 주요 식품업체 6곳과 간담회를 열어 재차 가격 인상 최소화를 요구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약발이 안 먹힌다'고 하겠지만 식품업체들로선 고환율 때 매입한 원재료가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440원대에서 최근 1300원대로 내려왔지만, 고환율 영향이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연말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식품업체의 경우 상반기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오뚜기의 경우 3분기 매출은 8216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1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42억원으로 16.5% 줄었다. 샘표식품도 매출은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5% 쪼그라들었다. 농심은 매출이 20% 늘어 813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약 6% 줄었다.

[그래픽] 가공식품 2차 가격 인상 도미노 기고자 :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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