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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등 제치고 F1조 1위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2위 모로코가 카타르 월드컵 F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2018 러시아 대회 준우승과 3위를 차지한 크로아티아(12위)와 벨기에(2위)가 버티고 있어 모로코의 16강 진출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모로코는 1차전에서 크로아티아와 0대0으로 비긴 뒤 2차전에서 벨기에를 2대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고, 2일 캐나다(41위)를 상대로도 2대1로 승리했다. 모로코는 2승 1무로 승점 7을 얻어 크로아티아(1승 2무·승점 5)와 벨기에(1승 1무 1패·승점 4)보다 순위표 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로코는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또, 아프리카 국가로는 24년 만에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D조 1위를 차지했던 나이지리아 이후 아프리카 국가가 조 1위를 한 것은 모로코가 처음이다. 앞선 5차례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가 5차례(2002년 세네갈, 2006·2010년 가나, 2014년 나이지리아·알제리) 조별리그를 통과했으나 모두 조 2위였다. 이번 대회에서 앞서 16강 진출을 확정한 세네갈 역시 A조 2위다.

모로코의 약진은 왈리드 라크라키(41) 감독 부임 3개월 만에 이룬 성과라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모로코 축구협회는 팀의 핵심 선수들과 불화를 겪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70) 전임 감독을 지난 8월 경질하고 라크라키 감독을 선임했다. 할릴호지치 전 감독은 하킴 지야시(29·첼시), 누사이르 마즈라위(25·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월드컵 예선에 한 번도 발탁하지 않아 비판 여론이 일었다. 협회는 "세계 최상위 레벨에서 뛰는 선수들을 어떤 이유에서든 국가대표팀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며 "선수와 팬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이었고, 선수와 코칭 스태프 간의 관계도 무시당했다"고 했다.

지휘봉을 물려받은 라크라키 감독은 전임 감독에게 외면당했던 스타 선수들을 불러 모아 단기간에 조직력을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FIFA는 "라크라키 감독은 효과적인 전술을 준비했고, 무엇보다 팀 내 갈등을 봉합하고 모두를 하나로 결속시켰다. 그는 모로코의 영웅이라고 불릴 만하다"고 평가했다.

모로코의 조 1위 16강 진출에는 카타르를 뜨겁게 달군 모로코 팬들의 힘도 컸다. 모로코 팬들은 이번 월드컵을 찾은 각국 축구 팬들 중 가장 열정적인 응원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 경기 상대 팀을 응원하는 관중을 압도하는 열기로 대표팀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모로코 팬들이 큰 목소리로 보내는 응원에 대표팀의 경기력이 한두 단계 올라갔다"며 "모로코는 12번째 선수를 가진 셈"이라고 했다. 기고자 :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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