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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체감하는 '물가 고통' 여전

작년보다 5% 오른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일 발표되자 전문가들은 여전한 물가 부담과 내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이날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가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2년 전만 해도 0%대였고, 작년 초중순 1~2%였던 것과 비교하면 5%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물가 하락 속도를 놓고 보면 경기 위축이 우려된다. 11월 물가는 전월(5.7%) 대비 오름 폭이 0.7%포인트나 감소했다. 24년 만의 최고치였던 7월 상승률(6.3%)에서 4개월 만에 1.3%포인트 가파르게 떨어졌다. 많은 전문가는 각국이 돈줄을 조이는 긴축 정책을 펴는 가운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도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 기초체력은 허약해지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나 중국 코로나 확산 등 외부 충격에 의해 또다시 원유나 농산품 가격이 치솟는다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근원물가 14년여 만의 최고치

가격 급등락이 심한 석유류·농산품 등을 제외해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11월 수치는 작년보다 4.8% 올랐다. 같은 수치를 기록한 10월을 빼면 2009년 2월(5.2%) 이후 1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소비자 체감도가 큰 쌀·마스크·계란 등 144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5.5% 상승했다. 전월의 6.5%보다 낮아졌지만, 임금이 5~6% 이상 뛰지 않는 한 피부로 느끼는 물가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9월 근로자 평균 임금이 1년 전보다 3.1%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오히려 2.3%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연말 연초 제품 가격 조정,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따른 물류 차질 등 대내외 리스크(위험)가 여전히 잠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달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물류 이송 차질이 생기고 있다. 양희승 연세대 교수는 "화물·철도 파업으로 물류 공급망이 망가지면 물가가 오르고, 경기는 더 어려워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10월 수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진 99.2로 7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 둔화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이 소비·투자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를 올리는 긴축의 목적은 수요를 희생시켜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것"이라며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는 수요 등 경기가 후퇴한 결과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IMF 총재 "내년 경기 침체" 경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둔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표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1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1년 전보다 6%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7%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 6.4%, 9월 6.3% 등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PC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추이를 볼 때 중시하는 지표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발표된 미국 11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7%였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 9월(3.5%)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실업률 걱정 없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누르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로존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보다 2.9% 떨어지며 2020년 5월(-0.6%) 이후 2년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 둔화는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70년 이래 세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다섯 번뿐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에 그쳤다. 예상치인 49.8에 못 미쳤다. PMI가 기준치인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위축을 뜻한다. 미국 제조업이 위축 국면에 접어든 것은 2020년 5월(43.5)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그래픽] 하락 신호가 뚜렷해지는 경기선행지수 기고자 : 최형석 기자 김태준 기자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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