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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아랑곳없는 '명품 오픈런'

지난달 30일 오전 8시 불 꺼진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2층 명품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5~6명이 줄을 서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백화점이 문을 열면 명품 매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사려는 이른바 '오픈런' 현장이다. 10시쯤 되니 대기자는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서울에선 체감온도가 최저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등 강추위가 닥쳤다. 그래서 두꺼운 외투를 입고 웅크린 채 선 사람들 사이사이로 캠핑용 간의 의자를 가져와 앉거나 돗자리를 펴고 담요를 두른 채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프랑스 브랜드인 까르띠에가 1일부터 제품 가격을 8~10% 안팎 인상했고,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도 내년 가격을 5~10% 인상할 계획이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사람들이 미리 명품 구입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전 8시 10분부터 백화점 문을 열 때까지 2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30대 김모씨는 "결혼을 앞둔 여자 친구에게 '까르띠에' 프러포즈링을 사주기 위해 왔다"며 "주말에 왔을 때는 줄이 너무 길어 내 앞에서 순서가 끊겨 그 제품을 못 샀는데, 내일부터는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은 꼭 구매에 성공하려 아침 일찍 왔다"고 했다. 지인에게 "너는 에르메스로 뛰어, 나는 까르띠에로 뛸게"라며 전략을 짜는 사람도 있었다.

10시 30분 백화점 문이 열리자, 기다리던 시민들은 명품 매장 앞으로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이 한 번에 뛰다가 서로 밀려서 넘어지는 사고도 벌어졌다. 함께 뛰던 여자 친구가 넘어졌다는 시민은 "저 사람이 밀쳐서 넘어졌는데 사과도 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기고자 : 유재인 기자 신지인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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