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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장 한기정 인터뷰

"화물연대가 화물차주들에게 운송 거부를 강요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엄정 대응하겠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기업이든 노조든 위법이 있다면 공정위는 할 일을 하겠다. 그래야 공정거래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공정위의 역할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엄정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2일 화물연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건물에 조사관 17명을 보내 현장 조사를 시도했지만, 노조원들에게 막혀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조사 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마음껏 혁신과 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테두리 내에서의 자율'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법의 테두리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다"면서 "공정위는 그 테두리를 정확하게 해서 기업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보험연구원장,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등을 지냈고 지난 9월 취임했다. 인터뷰 내내 즉답 대신 10~20초 정도 생각하고,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하는 모습이었다.

―공정위가 지난 정부에서 대기업 구내식당 일감 몰아주기까지 간섭하는 등 규제가 과도했다는 의견이 있다.

"이전 정부에서 대기업 집단 정책이 강화됐고 작년 말부터 시행됐다. 불분명한 것들을 명확하게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바꿔야 할 것은 바꿔나가겠다. 대통령은 '맞는 건 맞고, 틀리는 건 틀리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공정한 원칙과 자유로운 경쟁 사이에서 완화할 건 완화하고 강화할 건 강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 강화주의자와 완화주의자 중 어느 편이냐고 내게 묻는다면 규제 균형주의자라고 대답하겠다."

―공정위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연동제에 부정적이었는데 입장을 바꾼 것인가.

"계약 내용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적 자치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원자재 가격 급등은 계약 당사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경제적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간 공정위는 연동제 자율 운영 대책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원자재 가격 급등 장기화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심해졌기 때문에 연동제 법제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쌍방이 납품 가격을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는 예외로 두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야당이 통과시키려는 '사회적 경제 3법'에 대해 공정위는 2020년 반대 의견을 냈다. 입장에 변함없나.

"공공 조달 시 장애인이나 중소기업 생산 제품을 우대해 주는 조항들이 다른 개별 법들에 이미 많다. (사회적 경제 3법은)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가 계속 쌓이는 문제가 있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간, 중소기업들 간 경쟁을 왜곡시킨다. 일부 조항은 법안의 목적을 달성하는 걸 넘어 경쟁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일부 조항이 문제가 있다고 2020년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고 지금도 입장은 동일하다."

―취임 직후인 지난 9월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졌다.

"사태 직후 내부적으로 여러 검토를 했고, 대통령에게 플랫폼 독과점 해소에 관해 보고했다. 대통령은 플랫폼 분야 공정 경쟁에 관심이 많다. 독과점이 사회적 후생을 얼마나 저해하는지 신경을 많이 쓴다. 필요하면 법·제도를 개선하고, 외국의 법·제도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연내에 내·외부 전문가들로 TF를 발족해 적절한 규제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공정위 제재에 대한 기업들 소송 등 불복이 늘고 있다.

"불복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최근 소송 제기율이 소폭 증가한 건 상대적으로 과징금 규모가 큰 대형 사건이 많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공정위의 조사·심의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처분의 완성도를 높이고, 조사·심의 과정에서 기업의 절차적 권리를 보다 두껍게 보장하겠다."

―개성 강한 장관들이 있고, 대통령도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스타 장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조용히 할 일을 하겠다." 기고자 : 최형석 기자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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