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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야 '큰 의미 없는 모니터링'이라고 둘러대겠지만 개별 금융사 입장에서는 어디 무서워서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있겠습니까?"

금융 당국이 지난달 초부터 금융사들의 대출 금리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1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회사들 팔 비틀기 할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금융사에 대한 인허가권부터 제재 권한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당국이 모니터링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죠.

금융 당국이 대출 금리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취지는 이해가 됩니다.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 부채가 1870조원을 넘어섰는데,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서로 담합을 해서 금리를 올리는 것도 아닌데 대출 금리를 직접 감시·감독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은행들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해당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일정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금리를 정합니다. 대출 금리가 오르는 까닭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코픽스가 상승했기 때문이지, 은행이 과도하게 수익을 챙기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금융 당국은 은행들에 "예금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말라"고 한 바 있습니다. 예금 금리를 억제해서 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 상승을 막아보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대출 금리까지 직접 누르겠다고 나섰습니다. 은행이 공공적 성격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 기업이라는 점을 잊은 듯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예외적인 상황이라 수신(예금) 금리 인상 자제 요청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금융 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는 은행 등에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 같았던 금감원장이 달라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기고자 :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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