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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점심시간 휴무제' 시범 도입 앞두고 논란

"우리도 시민이다. 편히 점심 식사 할 권리가 있다." "공무원이 시민 위한 봉사를 포기하는 것이다."

내년 4월 대구시 여덟 구·군 공무원들의 '점심시간 휴무제' 시범 도입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점심시간 휴무제'는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도 공무원들이 교대로 근무하며 민원인을 응대하던 종전과 달리 모두 한꺼번에 쉬도록 하는 제도다. 이 시간에는 무인 민원 발급기가 업무를 대체하게 된다.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을 온전히 보장한다는 점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무인 민원 발급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점심시간 외에는 구청을 방문하기 힘든 민원인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는 내년 4월부터 9월까지 대구 구·군 8곳에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해 시범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1월부터 민원인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심시간 휴무제를 3개월간 홍보하고, 시범 도입 이후 장단점을 검토한 뒤 9월 말에 지속이나 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점심시간 휴무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홍 시장은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무한 봉사자로, 우리가 좀 더 고생하는 게 시민이 행복한 길"이라며 "생업에 종사하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민원 보러 오는 시민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건 대단히 잘못된 조치"라고 했다. 대구 한 구청의 간부급 공무원도 "점심시간에 교대 근무를 하는 지금도 엄연히 점심 먹을 시간은 보장돼 있다"며 "스스로를 공무원이 아닌 사무원으로 생각하는 태도에서 시민 불편이 생겨난다"고 했다. 대구에 사는 정유선(34)씨는 "점심 때만 잠시 시간을 낼 수 있는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공무원 노조 측은 "점심시간 휴무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공무원이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나 민원인을 위한 행정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그러면서 구청장·군수협의회가 무인 민원 발급기 이용이 어려운 여권·세무 부서 등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점심시간 휴무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대구지역본부는 지난달 21일 성명서를 내고 "구청장·군수협의회는 종전 약속대로 읍·면·동을 포함한 모든 부서에 점심 휴무를 전면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조창현 전공노 대구지역본부장은 "점심시간에 하는 민원 업무가 길어질 경우 공무원들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민원 응대 수준도 낮아진다"며 "공무원도 같은 노동자인 만큼 휴식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공노 측에 따르면 점심시간 휴무제는 지난 2017년 2월 경남 고성군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50여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제도가 정착된 곳도 있지만 여전히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초반에는 무인 민원 발급기 근처에 안내 직원을 두는 등 점심시간 휴무제와 교대 근무를 병행하며 혼란을 방지했다"면서 "제도가 정착된 현재도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청은 올해 1월부터 전 부서와 동별 행정복지센터에 점심시간 휴무제를 전면 시행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시행 초기 불편하다는 민원이 있어 무인 민원 발급기를 추가 설치하고 안내 직원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에 거주하는 김모(46)씨는 "민원 업무 자체가 개인 정보와 관련된 일이라 누구에게 부탁하기도 어렵다"면서 "부동산 등기 등 중요한 민원 업무는 반차 휴가를 내 처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휴무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공무원들 중에선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점심시간에 함께 남아 근무하던 이가 대폭 줄어드는 만큼 민원인의 폭행 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한 구청의 여권팀장은 "원래도 점심시간은 사람이 적어 취약한데, 우리 부서 직원이 한두 명만 남게 되면 안전이 우려된다"고 했다.

조재구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장은 "공무원 노조의 요구에 따라 고민 끝에 휴무제를 시범 도입하는 것"이라며 "시범 도입 기간에 시민 반응을 보고 제도 지속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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