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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상인들 ＂해제해야＂
학생·환경단체 ＂해제 반대＂
서울시는 2014년 연세로 거리(신촌로터리~연세대 앞)를 서울시 첫 '대중교통 전용 지구'로 지정했다. 승용차 진입을 금지하고 버스만 다니도록 했다. 주말에는 버스 통행도 금지해 '차 없는 거리'로 만들었다. 왕복 2~4차로를 2차로로 줄이는 대신 보도 폭을 3~4m에서 7~8m로 넓혔다. 하지만 연세로 지역 상인들은 "차 없는 거리가 생긴 뒤 상권이 다 죽었다"며 대중교통 전용 지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연세로에 있는 갈비집 사장 박모(66)씨는 "차를 갖고 신촌을 찾았던 30~40대 손님들이 사라지면서 이들이 가던 일식집, 갈비집, 한정식집 등이 줄줄이 신촌을 떠나 홍대 근처나 연남동 등으로 갔다"며 "과거 다양했던 신촌 상권이 학생들만 찾는 호프집이나 프랜차이즈 식당 위주의 특색 없는 상권이 된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연세로의 '대중교통 전용 지구' 해제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침체한 상권을 살리려면 전용 지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전용 지구를 해제하면 교통 정체와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차 없는 거리 폐지 공약을 내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지난 7월 취임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지난 8월 이곳 상인과 주민 2000여 명이 구청에 차 없는 거리를 풀어달라는 탄원서를 냈고, 서대문구는 지난 9월 서울시에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 지구 해제를 요청했다.
연세로에서 주점을 하는 김모(53)씨는 "요즘은 취업하면 차부터 사는 시대인데 차 없는 거리로 만들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오랫동안 장사하던 사람들은 버티는데 젊은 친구들은 식당이나 카페 차렸다가 얼마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새마을금고 신촌 지점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의 영향을 우리는 수신액(受信額)으로 느낀다"며 "2012~2013년만 해도 수신액의 80~90%를 신촌 상인들이 채워줬는데 지금은 그 비율이 2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연세로 인근 창서초등학교 쪽에서 산다는 주부 이모(42)씨는 "연세로가 차단되면서 주변 골목길로 차가 몰려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며 "좁은 길에 차들이 다니다 보니 아이들 통학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연세대 학생들 생각은 달랐다. 거리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중교통 전용 지구를 해제하면 주말마다 열린 문화 공연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곳에선 차가 없는 주말 저녁마다 버스킹 등 공연이 열렸다. 안모(24·연세대 공대 4학년)씨는 "신촌 상권이 죽은 것은 차 없는 거리 때문이 아니라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특색 있는 식당이 줄줄이 문을 닫은 것은 비싼 임대료가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환경 단체도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연세로 교통량이 늘면 매연과 소음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서울환경연합 최화영 활동가는 지난달 21일 서울시가 주최한 대중교통 전용 지구 해제 관련 토론회에서 "보행 친화 도시를 만든다고 하면서 차 없는 거리를 없애는 건 맞지 않는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라도 차 없는 거리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 측은 "현재 걷기 좋은 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승용차 운행 제한만 푸는 것"이라며 "문화 공연은 연세로 주변 광장에서 열 수 있고 주말에는 탄력적으로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교통 체증 우려에 대해선 "실험 결과 차 없는 거리를 해제해도 교통량이 2014년 이전보다 42%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래픽] 연세로 거리 기고자 :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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