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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속도냈던 연준 ＂12월엔 작은 폭 올릴수도＂

지난 6월 이후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 행진이 끝날 것이라는 소식은 일단 세계 금융시장을 안도시켰다. 연준이 보폭(금리 인상 폭)을 줄이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금리가 머지않아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물가 수준이 높은 데다, 연준이 보폭을 줄이는 이유가 그동안의 가파른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미국과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점에서 경기 침체의 공포도 커지게 됐다.

◇인플레이션 불길은 잡은 듯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12월에 더 작은 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오는 13~14일 열리는 연준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감속하겠다고 언질을 준 것이다.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은 이달 연준이 빅 스텝을 선택할 확률을 79.4%,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확률을 20.6%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 인상기의 최종적인 금리 수준에 대해 "지난 9월 마지막으로 전망했을 때보다는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9월 연준 위원들은 내년 연말 금리를 평균 연 4.6%로 예상했다. 이보다 높아지더라도 연 5~5.25%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보도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이달 빅 스텝을 하면 올해 금리가 연 4.25~4.5%로 끝나기 때문에 내년 인상 폭은 0.5~0.75%포인트에 그치게 된다.

이날 유럽연합(EU)도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국)의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로 10월(10.6%)보다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유로존에서 물가 상승 폭이 꺾인 건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 9·10월 2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연준처럼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30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연 3.5% 안팎에서 금리 인상을 마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연 3.25%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경기 침체 닥친다는 위험 신호일 수도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물가는 여전히 너무 높다"며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10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7%로, 정점이었던 6월(9.1%) 이후 4개월 연속 낮아졌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훨씬 높다. 파월 의장은 "역사는 성급한 완화 정책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며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한동안 제한적인 수준의 금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낮아지더라도 올해 전례 없는 속도로 금리를 올린 파장으로 경기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날 연준은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구역별 경기 흐름을 평가하는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공개했다. 10~11월 경기 동향을 다룬 이번 베이지북은 "미국 기업들은 물가 상승 속도가 줄어든 대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전체 12개 관할 지역 가운데) 5개 지역에서는 경제활동이 약간 증가한 반면, 나머지 7개 지역에서는 경제활동이 직전과 같은 수준이거나 소폭 감소했다"고 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고 "미국 경제가 내년 1분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침체에 빠지며, 내년 미국 주가는 지금보다 24% 하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인건비 부담을 느낀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 고용정보업체 ADP가 이날 내놓은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민간 고용 일자리는 12만7000개가 늘어 10월 증가분(23만9000개)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났다. 작년 1월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작다. 지난달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가 1만1000명을 내보냈고, 트위터에서도 3700명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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