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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물가·환율 동시에 치솟는
'3高 현상'에 기업 재고자산 급증
국내 기업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시작된 세계 경제 호황이 끝나고 올해 들어 경기가 급격히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동시에 닥치면서 수출과 내수가 함께 감소하는 데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금리가 급격히 올라 막대한 금융 비용 부담을 지고 있다.
기업들의 재고도 가파르게 쌓이고 있다.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기준 상위 195기업의 재고 자산은 지난해 121조4922억원에서 올 3분기 165조4432억원으로 무려 36.2% 급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해 들어 매 분기 재고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세계적 소비 심리 위축으로 수출이 급감한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액은 524억8000만달러(약 70조2000억원)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67억달러(약 8조9000억원) 적자로 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이처럼 곳곳에서 경제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기업들의 위기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급변하는 경기 상황에 맞춰 사업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국내 기업 대부분이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런 위기 상황에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0년간 선도해 온 메모리 기술에서 초격차 위상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R&D(연구·개발)를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삼성은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AI,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도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성능과 기능을 소비자가 구입한 이후에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또한 미래 모빌리티 제품군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발해 하나의 계정만으로도 미래 항공 모빌리티, 목적 기반 모빌리티, 로보택시, 로봇 등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수익성 향상을 통해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상품성 강화, 신사업 발굴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친환경 철강 제품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 산업에서 철의 역할과 친환경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강건재 대중화를 지속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스틸리온의 친환경 프린트 강판은 목재와 석재를 대체하며 스타벅스·커피빈과 같은 커피 체인점을 비롯해 문화·교육 공간, 공동주택 등으로 적용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GS그룹은 사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바이오, 기후변화, 뉴에너지, 리테일, 건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와 사업 제휴 등을 통해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GS 계열사 간 협업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과 교류·협력 관계를 증진시켜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위험과 기회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기고자 :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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