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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삶에 즉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일은 인류 전체가 전(全) 지구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이슈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설 때'라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얼마나 적극적으로, 어떻게 고통 분담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가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난다. 아무래도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것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이처럼 저개발국 혹은 개발도상국에 닥친 탄소 중립 이슈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진행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 역량을 활용해 개도국에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그린 ODA다.

그린 ODA는 주로 현지에 관련 기자재 구축과 유지 보수를 지원하고 기술 훈련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전기차 보급률이 미미한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전기차를 지원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고, 천혜의 자연인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화석 연료 제로화를 실현하기 위해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를 세우며, 세네갈에 전력망 불안정을 해소시키는 주파수 조정 에너지저장장치(FR-ESS)를 설치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다수의 실증 시범 사업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나아가 현지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는 국내 기업이 ODA로 해외 탄소 감축 실적을 챙길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태양광, 소수력, 풍력, 송배전뿐만 아니라 그린 수소, 암모니아 분야로도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

얼마 전 이집트에서 개최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7)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기후기술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그린 ODA를 통해 개도국의 녹색 전환을 지원하고, 기후 재원 공여를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지구라는 한 지붕을 이고 사는 공동의 세입자로서 글로벌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책무를 이행하는 데 우리의 강점인 '기술'을 활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린 ODA는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돕는 길이자, 대한민국이 개도국과 발맞춰 탄소 중립에 공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표가 될 것이다. 기고자 :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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