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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하잖어, 월드컵. 메시 호날두 네이마르 음바페, 전 세계 별들이 총출동한 축구 대회."
-걔들이 누군디. 웅이 탁이 중이가 지배하는 내 세계관에는 ?는 명단들인디?
"노다지 뽕짝만 듣고 사니께 ?지. 뇌가 올드해지고 촌스러워지지."
-하루는 집 열쇠, 하루는 휴대폰 잃어버리고 들어오는 게 누군디 누구더러 뇌가 올드하대유? 그리고 공을 차도 대낮에 찰 것이지 왜 한밤중에 차서 내 단잠을 깨우냔 말이지.
"저 나라는 시방 낮이여."
-그래서 대한민국이 이기능규?
"진정한 축덕은 나라를 가리지 않고 축구 그 자체를 엔조이하는 법. 임자처럼 세상에 한일전만 있다고 믿는 축알못은 죽었다 깨도 이해 못 허지."
-축구가 왜 좋아유?
"인류의 마지막 남은 정글에서 원시의 야성을 불태우는 느낌이랄까."
-불태울 야성은 있구유?
"야성은 있는디 돈이 ?지."
-달랑 공 하나 넣는 게 뭐라구 죽기 살기루.
"축구가 본래 적진으로 돌격해가는 전술에서 유래된 스포츠. 철벽 수비로 적의 공격을 막을라다봉께 태클도 걸고 헤딩도 하고 심판 몰래 팔도 잡아댕기는 거 아니겄어."
-호중이가 일찍이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말라고는 했지유.
"메시라는 축구의 신도 두 겹 세 겹 압박 수비 앞에선 속수무책. 축구는 걸출한 천재 혼자 뛴다고 되는 게 아녀. 각자 위치에서 찔러주고 받쳐주고 막아주는 원팀으로 뭉쳐야 승리를 거머쥐지."
-딱 우리 집 얘기네유. 누군 새벽부터 밤까지 발바닥에 불땀이 나도록 뛰댕기는디 남편과 자식들은 받쳐주긴커녕 헛눈만 팔고 있으니 원팀은커녕 콩가루만 날리능 거 아니겄슈.
"무작정 달린다고 되는 것도 아녀. 타이밍이 핵심!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 우물쭈물하지 말고 슛을 때려야 골문을 홍해처럼 가를 수 있지."
-당신의 그 놀라운 결정 장애 땜시 강남으로 이사 갈 기회를 자그마치 세 번이나 놓치긴 했지유.
"기회는 또 오는 법. 축구에 왜 이변이 많은지 알어? 공이 둥글기 때문이여. 어디로 튈지 모릉께. 그래서 뚝심이 중요허지. 실점해도 흔들리지 않고 다시 착착 쌓아올리는 뚝심. 그래서 죽음의 조 일본이 강호 독일을 격침할 수 있었등겨."
-근디 저 총각은 누구래유? 키도 크구 눈이 부리부리헌 게 딱 내 스타일인디?
"주드 벨링엄. 차세대 메시로 촉망받는 열아홉 살 유망주."
-역시 젊고 봐야 혀. 허벅지에 불끈불끈 솟구치는 근육 좀 보소.
"힘과 스피드가 때론 독(毒). 성급헌 맘에 실수를 연발헌께. 서른일곱 살 골키퍼 오초아가 최고 골잡이들 발끝을 막아내는 거 봐봐. 그게 노장의 지혜요, 안목이란 거여."
-우리 집 노장은 쉰일곱이나 먹었는디 왜 천 리를 보는 안목이 없을까유. 주식이구 펀드구 손대는 족족 말아먹을까유.
"남편 기 죽인 죄로 옐로카드 한 장! 캡틴 손흥민처럼 말 한마디를 해도 사기를 북돋우는 쪽으로 해주면 워디가 덧나능겨?"
-흥민이가 나 몰래 뭐라고 했는디유?
"임파써블 이즈 나띵."
-뭔 띵?
"네 능력을 믿어라. 쫄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상대 선수에게 신발 벗겨지고 양말이 찢어졌는데도 '난 괜찮다'며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에 전 세계가 감동한 거 아녀. 골대도 감동해서 두 번이나 우루과이 골을 막아준 거 아녀."
-근디 흥민이는 왜 요즘 검정 가면을 쓰고 나온대유? 트렌드유?
"내 뒷주머니서 레드카드 나오기 전에 어여 들어가서 자."
-다 깼슈. 오매, 근디 뭔 추가 시간을 10분이나 준디야?
"선수들이 시간 끌라고 툭하면 바닥에 드러눕는 '침대 축구'에 철퇴를 가하고자 지체된 시간만큼 딱딱 계산해서 추가 시간을 주는 거 아녀."
-침대 축구? 그건 내가 젤로 잘하는 것인디?
"임자가 잘하는 건 늪축구지. 한번 걸려들면 허우적대다 뼈도 못 추리고 사라지게 하는! 이 결혼은 첨부터 늪이었지."
-삐진규? 그러지 말고 간만에 침대 축구나 한판 뛰어봅시다. 우리 집 노장도 살아있나 좀 보게.
"남편 희롱죄로 레드카드, 즉시 퇴장이여! 성탄절까지 1미터 이내 접근 금지여!"
-아이구, 무서워라. 임파씨블 나띵이유~. 기고자 :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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