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이태원 참사 한 달… 추모 이어져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린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국화꽃을 든 시민 10여 명이 주변에 마련된 애도 공간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고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주변은 매일같이 찾아오는 애도객들로 조용하게 북적이고 있었다. 시민들은 애도 공간과 참사가 난 해밀톤호텔 옆 골목 주변에 붙은 메모를 들여다보거나 기도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대학생 정모(23)씨는 "또래 학생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세 번째 이곳을 찾았다"며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참사가 난 골목 근처에 이르는 길 약 20m는 지난 한 달 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꽃과 각종 글귀가 담긴 메모 등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희생자를 위해 준비한 크고 작은 간식거리나 작은 제사상을 차려둔 경우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적어 걸어둔 현수막도 가득하다.

특히 희생자들의 유족과 지인들이 남긴 메모를 보면서 눈물 짓는 시민도 여전히 많다. 메모엔 "아직도 네가 야근했다고 하고 들어올 것 같아" "00아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해. 그곳에서는 행복해야 해" "내가 오빠 대신 오빠가 하고 싶었던 거 다 해줄 테니까 좋은 곳으로 편하게 가"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런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메모와 애도 물품들은 투명 비닐로 꼼꼼하게 덮여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5시간에 걸쳐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을 찾는 사람들의 '만남 장소' 같았던 1번 출구나 해밀톤호텔 주변은 비까지 내려 더 을씨년스러웠다. 참사가 난 골목은 이제 통행이 가능하지만 지나가는 시민은 거의 없다. 그 골목을 거치면 가로로 길게 뻗은 세계음식문화거리가 나오지만, 늘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도 북적였던 이 거리도 한 달째 고요하다. 다음 달까지 휴업한다는 가게도 적지 않다.

적잖은 시민은 이태원 참사 이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일상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커진 것이라고 꼽는다. 특히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서울에서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던 출퇴근길 만원 버스·지하철에 억지로 올라타는 일이 줄었고, 복잡한 거리에서 먼저 가려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일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경기 지역 버스 업체 14곳은 지난 18일부터 광역버스 입석 승차를 중단했고, 서울시도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고자 2024년 초까지 지하철 9호선 전동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고자 : 김수경 기자 박지민 기자
본문자수 : 130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