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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 올리라던 당국이 이제 와선 ＂자제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기준금리가 연 0.5%로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7월 2.11%포인트였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작년 8월 이후 차이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은행 등은 대출 금리를 예금 금리보다 큰 폭으로 올리기 때문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작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대출 금리는 0.8%포인트 상승했지만, 예금 금리는 0.5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의 경우는 2.46%포인트까지 예대금리 차이가 벌어져 2014년 8월(2.47%포인트) 이후 약 8년 만에 최대로 커졌다. 은행연합회의 5대 은행 기준 예대금리차 등을 감안하면, 지난 10월에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 당국의 오락가락 메시지

예대금리차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예금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 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그동안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리라"고 요구했는데, 최근 들어 은행들이 1년 만기 정기예금 등의 금리를 높이면서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자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입장을 바꿨다. 은행권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대출 금리도, 예금 금리도 높이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는 말이 나온다. 금융 당국이 예대금리차 축소의 수단으로 내세운 공시 제도도 개별 은행의 사정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나쁜 은행인 것처럼 '낙인찍기'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8월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작하면서 "은행 예금 금리가 시장 금리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예대금리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금리 인상에 맞춰 예금 금리를 인상하라는 요구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금융 당국이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을 자제하라"며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은행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나 회사채 시장이 자금난을 겪자 금융 당국의 주문이 예금 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금융 당국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손발을 모두 묶어 놓으면 은행더러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라는 얘기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채권·단기 자금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들에 대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요구해왔다. 은행채 발행이 막히면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금리를 올려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금 금리도 올리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많이 빌리려고 하는데, 지금처럼 은행 자금 조달을 막으면 은행들의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예대금리차 확대를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라고 비판하기만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은행 대출 중에는 변동금리 대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은행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70%였다. 반면, 예금 중에서는 요구불예금(보통예금 등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예금) 등 이자율이 낮은 '저원가성 예금'의 비율이 55%였다. 이러한 예금들은 금리 상승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제 역할 못 하는 예대금리차 공시

예대금리차 공시가 정교하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최근 4개월(7~10월)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10월 기준 전체 대출 금리는 NH농협은행이 연 4.82%로 5%대인 4대 시중은행보다 낮았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징수한 세금 등을 단기간 낮은 이자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예금 금리가 낮은 것처럼 보이고 이 때문에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다소 억울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상태로는 예대금리차 공시가 은행 줄 세우기나 낙인찍기 외에는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 약 8년 만에 가장 많이 벌어진 예대 금리 차 / 기준금리 인상기 예금·대출 금리 상승 폭 기고자 : 홍준기 기자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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