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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도하 도심에는 50층은 거뜬히 넘는 마천루가 흔하다. 높기만 할 뿐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가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뽐내며 만든 덕분에 화려하기 그지없다. 해변가에 있는 코니시 거리에는 프랑스 출신 유명 건축가 장 누벨(77)이 설계한 도하 타워를 필두로 거대 건축물이 즐비하다. 한국 대표팀 훈련장에서 2㎞ 정도 떨어진 해변가 루사일 시티는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은 웅장함까지 느껴진다.

반면 해변가에서 조금만 차를 타고 내륙으로 들어가면 무채색 '흑백 마을'이 펼쳐진다. 황토색 일변도의 단독주택들이 좁은 골목길 사이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모래바람이 많이 부는 내륙 쪽은 다른 색으로 지어도 흙으로 덮이기 때문에 전부 황토색으로 짓는다고 한다. 번화가와 10분 거리인데도 시대를 건너뛴 듯 전혀 다른 풍경이다.

외관만큼이나 거리의 사람도 다르다. 번화가엔 소브를 입은 남성이 선글라스를 쓰고 여성 3명과 함께 걷고 있는 모습이 흔하게 보인다. 첫째·둘째 배우자는 머리에 검은 두건인 아비야(카타르 전통 의상)를 두르고 따라간다. 비교적 남루한 행색의 여성 보모가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맨 뒤를 쫓아가는 식이다. 흑백 마을은 모래바람이 날려 소위 '떡진' 머리카락으로 거리를 걷는 스리랑카, 인도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카타르가 석유와 천연가스로 벌어들이는 부의 대부분은 카타르 인구 12%를 차지하는 자국민에게 편중된다. 이들은 일하지 않아도 월 500만~600만원가량의 기본소득을 받는다고 한다. 반면 88%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47만원에 불과하다. 기고자 : 도하=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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