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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는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한국 선수들은 우루과이 잡는 법을 알고 경기에 임했다. 세계적인 미드필더를 보유한 우루과이를 중원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무력화했다.

우루과이는 한국의 압박에 공격 1선과 미드필드 2선의 간격이 노출되면서 롱패스에 의존한 단순 전술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한국은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안정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좌우 측면 윙백 김진수와 김문환의 순간적인 오버래핑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손흥민의 선발 출장은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수술하고 20일 만의 경기였지만 기대만큼 역할을 했다. 단지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 시야 방해를 가져와 불편했을 것이다. 나 역시 광대뼈 골절 수술한 지 5일 만에 경기에 나선 적 있다. 손흥민이 아무리 과학적인 마스크를 착용했더라도 마스크는 시야를 방해할 수밖에 없다. 황의조의 한 방이 통했다면 완벽했을 경기였다. 하지만 축구가 그리 쉽지 않다. 나 역시 1994년 볼리비아전 한 방을 날린 경험이 있기에 이해한다.

벤투 전술에서 아쉬운 점을 굳이 지적한다면 세트플레이를 유도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얻은 프리킥은 8개. 하지만 페널티 지역 주변 15~25m, 소위 위험 지역에서 얻어 낸 것은 한 번도 없었다. 프리킥 골 감각이 절정에 달한 손흥민이 필살기를 펼칠 수 있도록 다른 공격수들이 프리킥을 이끌어냈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우루과이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디에고 고딘, 루이스 수아레스 등 노장들과 젊은 선수 간 세대교체 과정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루과이답지 못했다.

태극전사들은 가나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선수들이 우려될 정도로 체력을 소모했기에 체력 조절과 교체 타임을 잘해줘야 가나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다.

우루과이 경기는 골이 없었고, 승리만 없었을 뿐 대한민국 국민을 90분 동안 감동시킨 한 편의 축구 영화였다. 기고자 : 하석주 아주대감독(1994 미국·1998 프랑스월드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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