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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운송 거부에 산업계 피해 계속 커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25일 화물 운송료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주는 안전운임제의 영구 시행을 요구하면서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갔다. 정부는 물류 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 화물연대에 대해 '운송개시명령' 발동을 검토하며 압박하고, 운행을 계속하는 화물차주들에게는 통행료를 면제해 운행을 유도하는 등 '양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쯤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입구. 평소엔 기지를 드나드는 화물차로 북새통을 이루던 곳이지만 이날은 운행 중인 화물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화물연대 비조합원 기사들도 운행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이곳에서 '철야 집회' 중인 화물연대의 일부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정상 운행 중인 화물차를 가로막으며 차를 주먹 등으로 때리기도 했다.

다음 달 2일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철도노조는 대체 인력으로 투입된 군 장병들을 겨냥해 협박성 문구를 작성했다. 철도노조가 24일부터 이른바 '준법 투쟁(태업)'을 하자 군 장병들이 원활한 철도 운영을 위해 투입돼 있다. 그런데 24일 코레일 서울 구로 사업소에 임시 마련된 군인 휴게실 문 앞에 철도노조 측이 붉은 글씨로 '군인들에게 경고한다'면서 "기관사의 휴양 공간을 뺏지 말고 야영을 해라. 방 이용 시 일어날 불상사와 책임은 너희에게 있다"고 했다.

산업계 피해는 커지고 있다. 시멘트·철강을 중심으로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당장 공사가 중단되는 건설 현장도 나왔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25일 "오늘은 출하를 거의 못했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골조 공사는 레미콘 공급이 끊기면서 중단됐다. 현대제철은 이번 파업으로 당진·포항·인천·울산 등 전국 공장에서 물량을 내보내지 못해 하루 평균 약 5만t 규모의 출하 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파업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면 공장 가동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나프타분해설비(NCC)가 멈추면 하루 3000억원 정도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류 피해가 쌓이면서 정부의 대응 방침도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운송 거부 중인 화물연대를 압박하는 한편, 운송을 계속하려는 화물차주들에겐 인센티브를 줘 운행토록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자정쯤 본인 페이스북에 "무책임한 운송 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운송개시명령은 화물 운송에 큰 차질이 생겼을 때 국토부 장관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화물차주들에게 업무 복귀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다.

운송개시명령 발동 후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화물차주는 화물운송업 면허 취소 등 행정 처벌과 함께 3년 이하 징역 등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화물연대의 극한 반발을 부를 수 있어 정부로선 최후의 카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길어지면 고금리 등 삼중고에 빠진 국내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며 "차라리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해 파업 장기화를 강제로 막는 차악을 택하는 게 낫다"고 했다.

화물연대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24일 "운송개시명령 엄포를 중단하라"고 했다.

반면, 정부는 24일부터 화물연대 파업 기간에 운행을 하는 화물차주에 대해선 고속도로 통행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있다. 또 파업 기간 운행을 하는 화물차에 대해선 경찰을 동원해 에스코트(호위)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울산경찰청과 전북경찰청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를 호위할 '물류 수송 특별 보호팀'을 꾸렸고, 이날도 순찰차 4~5대를 동원해 운행을 하는 화물차를 도착지에서 목적지까지 에스코트했다. 화물업계 관계자는 "44만명 화물차주 중 최소 3분의 1 정도는 화물연대 파업에 관계없이 운행을 하고 싶어한다"며 "정부가 이들에게 충분한 안전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실제 운행이 이뤄지게 한다면 화물연대 총파업의 파급력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조백건 기자 조재희 기자 조철오 기자
본문자수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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