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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럽을 배워 유럽을 넘었다

    도하=이영빈 기자

    발행일 : 2022.11.25 / 스포츠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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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반란의 비결… 獨 롤모델로 십수년간 벤치마킹

    "독일은 일본 축구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앞으로도 독일에 배우면서 일본의 장점을 발휘하겠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이 지난 23일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독일을 2대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킨 뒤 남긴 말이다. 배경을 모르면 마치 독일을 놀리는 것 같지만, 일본이 지난 십수 년 동안 어떻게 대표팀을 꾸려왔는지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럽의 축구를 배워 오라

    일본에는 '화혼양재(和魂洋才)'라는 말이 있다. '일본의 정신(和魂)'과 '서양의 기술(洋才)'을 결합시키겠다는 뜻이다. 19세기 근대화를 시작하던 일본이 내세웠던 구호다. 약 15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일본축구협회는 2005년 '일본의 길(Japan's Way)'이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목표는 2050년까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으로 잡았다. 제일 신경 썼던 건 유소년 육성이었다. 시동기(5~8세), 성장기(9~12세), 도전기(13~17세), 성숙기(18~21세)로 연령대를 잘게 쪼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유럽에서 선진 축구를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협회는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는 프로축구 J리그와 긴밀히 협의해 어린 유망주를 최대한 빨리 유럽으로 내보내게 했다. 2007년 네덜란드로 떠났던 혼다 게이스케(36)를 필두로 많은 유망주들이 유럽으로 나갔다. 이렇게 유럽으로 나가서 지금도 뛰고 있는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 최종 명단 26명 중 19명이다.

    일본은 더 나아가 조만간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진출 전초 기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의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처럼 훈련부터 회복까지 모든 시설이 완비된 곳이다. 유럽에서 뛰는 일본 선수들이 이곳에 수시로 모여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

    ◇혼(魂)은 일본의 것으로

    반면 대표팀 사령탑에는 일본에서만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2018년부터 앉혔다. 당시 도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일본의 장점을 살려 '일본다움'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빠른 패스로 전진하는 축구를 펼친다. 한 명의 스타 파워가 아닌, 11명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다하며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을 추구한다. 평소에도 "일본을 대표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종종 말해왔던 모리야스 감독답게 전술도 일본 정서에 맞췄다.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일본 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고 사퇴 요구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협회의 굳은 신뢰 속에 탄탄하게 조직력을 다졌다.

    독일전 전반 동안 일방적으로 난타당하며 선제골까지 허용했다. 이에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 들어 수비수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대신 미드필더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리면서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승부수를 띄웠다. 결국 교체로 나선 미드필더 도안 리쓰(프라이부르크)와 아사노 다쿠마(보훔)가 각각 동점골과 결승골을 넣었다. 일본에서만 지도력을 갈고 닦은 모리야스 감독이 후반에 투입한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 2명이 연속 골을 넣으며, 독일을 꺾었다. 이 경기가 현재 일본 축구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일본은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에서 강팀 스페인, 독일이 있는 E조로 배정받으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모았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실력을 입증하며 16강 진출의 활로를 뚫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독일전을 마치고 "축구는 경기하지 않으면 결과를 모른다. 오늘의 승리를 모두가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일본 축구는 세계 레벨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도하=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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