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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 프리즈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미술품 판매·전시회로, 아시아에선 한국에서 최초로 열렸다.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런던 갤러리 리처드 내기(Richard Nagy)' 부스 등 전시관에 수백 명의 관람객이 줄을 섰다. 코엑스 관계자는 "사람들의 관심이 많을 걸로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오픈런'은 명품 매장 앞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최근엔 유명 미술 전시회나 갤러리에선 입장을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여름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회에는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5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지난 3월 서울 평창동의 갤러리 프린트베이커리에서도 캠핑용 텐트가 긴 대열을 이뤘다. 신진 화가의 개인전이 열렸는데, 갤러리가 열리면 먼저 들어가 그림을 사려고 전날 밤부터 기다린 것이다.

'미술관 앞 라인업(줄서기)'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 5월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행사장에서도 관람객들이 긴 줄을 감수하며 개막을 기다렸다. 지난 6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은 사람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처럼 '미술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올해 우리나라 미술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9200억원에 달한 미술 시장 거래액은 올해 상반기 이미 53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9월 프리즈 서울에선 6500억원어치 미술품이 거래되기도 했다. 이런 열풍을 이끄는 건 역시나 2030, MZ세대. 유명 갤러리에는 '샤넬 노숙자'처럼 미술품을 구입하려고 개막 전날부터 '밤샘 노숙'을 불사하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미술관 뒷모습' 인증 사진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갤러리 등짝샷'은 미술 애호가로 소문난 BTS의 멤버 RM이 자주 찍는 구도이기도 하다. 평소 "미술에서 음악 영감을 얻는다"고 한 RM은 빠듯한 스케줄을 쪼개 전시장을 찾고, 이런 영감의 원천을 소셜미디어로 왕성하게 공유해 왔다. 많은 젊은이들이 RM의 궤적을 좇는 이른바 'RM 투어'를 통해 미술 경험을 쌓아가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로 위축된 미술 시장을 RM이 일으켜 세웠다"는 말도 나온다. 기고자 : 한경진 편집국 에버그린콘텐츠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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